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 지 몇 달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는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작년 봄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사두고 남아있는 마스크가 꽤 있어서 마스크를 사러 밖으로 나가거나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금방 잠잠해질 거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마스크를 사러 나갈 일도 없겠다, 그냥 집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으면 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졌다. 아무리 내가 집에 느긋하게 있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라지만, 몇 주간 집에서만 머물면서 딱히 하는 것도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자니 점점 답답해졌고 기운이 빠졌다. 거기에 개강 2주 연기에 그 이후로도 몇 주간 사이버 강의까지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더욱 그랬다. 점점 힘이 빠지려고 하는 때에 강의를 듣고 공부하면 조금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개강 연기에 사이버 강의라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꾸역꾸역 참고 개강을 하고 나서 사이버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힘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는데도 뭔가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기분전환도 되면서 활기찬 기분이 들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멍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즈음 부모님께 계속 연락이 왔다. 거긴 아직 괜찮냐, 마스크는 충분하냐, 공부는 잘하고 있냐 등등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냥 집에서 멍하니 있다고 솔직히 말하니 부모님께서 움직이지 않고 집에만 있어 그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밖으로 나가기가 그렇다면 집 안에서라도 몸 좀 움직이라고 이런저런 것들을 싸서 택배 한 상자를 보내주셨다. 주로 갖가지 채소들과 양념류가 담겨있었다.

  부모님께서 애써 챙겨서 보내주신 것들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축 처진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요리를 시작했다. 서툴게 칼을 놀려서 채소를 다듬고 다듬은 재료들을 어설프게 볶아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는 몇번 해보지 않아서 모양도 제멋대로고 군데군데 태워 먹기도 했지만 그대로 나름 먹을 만했다.

  며칠을 내가 한 요리를 먹으면서 몸을 움직이니 점점 기분이 상쾌해졌다. 사실 몸을 움직여서 상쾌해졌다기보다는 무언가 만든다는 것 자체에서 쓸데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

  이걸 계기로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다. 그림도 그려보고, 짤막한 글도 써보고. 퀄리티는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쯤 되니 사이버 강의에 점점 적응이 되었는지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들으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멍하니 있는 날 끌어준 사람은 부모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택배 한 상자가 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힘이 없거나 지칠 때면 늘 도와주시는 부모님. 언젠가 한 번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내려가 봐야겠다.

 

이용수(정경대 경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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