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타이거쌀롱]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 고대신문
  • 승인 2020.04.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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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올림픽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연기된 것이다. IOC의 올림픽 연기 결정 과정은 올림픽이 무엇에 의해 작동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IOC는 코너에 몰린 마지막 순간에야 올림픽 연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IOC로 하여금 올림픽을 끝까지 붙잡게 했을까? 올림픽은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의 형식을 차용한 정치 엘리트와 글로벌 자본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삶에는 지루하고 성가신 일들이 많습니다. 올림픽 축제만큼 해로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맹렬한 열기에 온몸이 새까맣게 타지 않습니까? 군중 속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제 생각에는 여러분이 보시게 될 멋진 장면들을 생각하면 여러분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고 사실상 즐겁게 견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기 2세기에 살았던 에픽테투스가 고대 올림픽 관람을 위해 올림피아로 여행 중이던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고대에도 올림픽은 고통스러운 여행을 감수할 만큼의 축제이자 볼거리였다. 고대 올림픽의 생성과 소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한 테오도시우스 1세가 모든 비기독교적 의식을 금지한 서기 393년에 올림픽은 생명을 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대 올림픽은 신화와 종교적 제례에 기초한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인간의 삶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면 경기장 주변은 장관이었다. 경기장 주변은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았고 점쟁이가 몰려들었고 기념품 판매상과 창녀들까지 올림픽 특수를 누렸다. 도시국가 대표들은 회담을 열었고 철학자들은 학술대회를 개최됐다. 당연한 일이다. 위정자에겐 신의 권위를 차용할 의식이 필요했을 터이고 시민에겐 삶의 활력소가 절실했을 것이다. 상인에겐 올림픽이 한몫 챙기는 대목 장사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오늘날과 똑같은 과열현상도 등장한다. 심판 매수, 도핑, 귀화선수 영입, 포상금 지급까지. 고대부터 올림픽엔 정치와 경제, 권력이 작동했고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었다.

  올림픽은 1896년 부활했다. 근대올림픽 창시의 주역인 쿠베르탱에게도 영감을 준 선구자가 있었다. 윌리엄 페니 브룩스는 1850년 잉글랜드 머치 웬록(Much Wenlock)에서 웬록 올림픽을 개최했다. 스포츠를 통한 도덕과 신체, 지성의 발달을 내건 웬록 올림픽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이전까지의 초기 올림픽은 미국과 영국의 경쟁,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도전으로 혼란스러웠다. ·영의 경쟁이 냉전 시대로 접어들며 미국과 소련의 대결 구도로 전환됐지만, 올림픽에서의 국력 경쟁은 올림픽의 정치적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체제와 이데올로기 홍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스포츠의 수단화에 오염된 올림픽은 냉전 구도가 해체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전까지 이념의 대리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올림픽 이상의 고결함은 올림픽 초기부터 훼손당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추어리즘이다. ‘돈을 받고 스포츠를 하지 않는다는 순수성이 근대 올림픽의 이상에 부합했지만, 올림픽은 초기부터 무엇이 아마추어인가란 근본적인 회의에 직면했다. 짐 소프(미국)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육상 5종과 10종에서 우승했지만, 돈을 받고 풋볼선수들을 지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메달을 박탈당했다. 프로선수의 올림픽 진출이 허용된 1988년 이전까지 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했다. 그러나 대회마다 선수 자격 시비는 끊이질 않았다. 아마추어리즘은 근대스포츠가 형성된 19세기 영국 상류층이 만들어낸 이념이다. 상류층은 하류층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자신들의 스포츠 활동을 아마추어리즘으로 포장했다. 아마추어리즘 역시 19세기 치열했던 계급 간의 충돌이었다는 점에선 지난 세기 올림픽의 정신세계는 허위적이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동호(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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