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IMF가 한국을 강타하고 난 바로 다음 해, 8600명가량이 극단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직전년도보다 40%가 늘어난 수치였다. 금융위기가 한국에 상륙한 직후인 2009년엔 15000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때도 전년보다 20%가 더 증가했다. 경제난은 사람을 절벽으로 내세운다.

  코로나19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0.6%로 내다봤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한국에 -2.44% 역성장을 예측하며, 팬데믹이 고강도로 번질 경우 -4.89%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상황이 잘 풀려도 2009(0.8%)보다 나쁘고 최악이면 1998(-5.1%)에 버금간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소비도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라 IMF보다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긴급하게 내놓은 경제 지원책들은 하나 같이 현장에서 꼬이는 양상이다. 지난 달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에 나섰지만 신청현장에 사람이 몰려 예약번호도 못 받고 돌아간 이들이 부지기수다. 현장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해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길거리에 나앉은 다음에 지원해준다는 거냐는 하소연들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긴급 지원책에 긴급함이 없다는 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5월이 돼서야 손에 쥘 수 있다 한다. 팬데믹이 선언되기 이전인 2월만 해도 일시 휴직자가 전년 동월 대비 14만 명 증가했고, 소상공인연합회의 3월 조사에선 상인 절반이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답했다. 위험은 항상 사회의 가장 약한 곳부터 타격한다. 하루 벌어 하루 버티는 취약계층의 상황은 절박하고 급박하다. 그에 비해 정부의 대책은 아직도 너무 느리다.

  이대로라면 지난 시절 우리가 목격한 비극들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고, ‘정권 심판하겠다는 야당 또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시민이 희망을 품을 수 있겠는가. 총선 기간이 이토록 조용한 건 단순히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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