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 만우절. 우려하던 단체 중짜는 못 봤소. 파릇하게 대기하던 잔디들에겐 머쓱한 일. 좌측 한 잔디는 이렇게 말했소. “짜장면 먹고 싶었는데.” 그러자 맞은 편 잔디가 가로되, “교복 입은 자들의 횡포를 잊었는가. 꼿꼿이 서 있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이오. 아니지. 그치지 않는 바람에 같이 나부끼다 들었는지도.

○…젊음, 기력이 이리도 하찮을 때가 없소. 발발거리고, 동동대고, 벚꽃을 만끽하고. 요즘 세상은 이를 민폐(民弊)라 부르오. 한때는 꿈꿔라, 미래를 그리라 말하지 않았소. 호시절(好時節)의 허풍인가, 현세에선 아무도 젊은이에게 내일을 보라 하지 않소. 젊은이에겐 내일도 선택과목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한 꼴.

○…그래서 요즘 그리 숨은 것이오. 깊지도 않은 추억(追憶)을 파서 만든 방공호에 다들 들어가서 나오지 않소. 대학 빙고, 고등학교 빙고, 유치원 빙고는 제작 중인지. 방공호에 게임기도 넣어놨소. 추억 속 동물 친구들과 나비보벳따우. 웃음으로 눈물 열심히 닦는 그대들을 탓하는 건 아니오. 자원 부족 국가의 한정된 웃음을 염려하오.

○…얕게 뿌리내린 것의 한가한 말들. 일단은 세월이 위중하니 가슴에 묻겠소. 가냘픈 바람에도 나부끼는 젊음이니 그렇다고 칩시다. 아프니까 청춘(靑春), 혼수상태쯤 온 듯하다만 병상이 많지 않으니 일단은 집에서. 오늘을 살아가길.

 

이선우 취재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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