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유가 전쟁과 에너지산업의 미래
[시론] 저유가 전쟁과 에너지산업의 미래
  • 고대신문
  • 승인 2020.04.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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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온 지구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경제상황의 가늠자 중 하나인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때문일까? 석유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의 기본원칙인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 작금의 저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정책에 따른 공급 증가가 맞물려 있다.

  2010년부터 미국에서 본격 생산이 시작된 셰일오일*은 세계 에너지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석유생산량은 하루에 약 1억 배럴 규모이고 이중에 미국은 약 13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제일의 산유국이 되었다. 중동의 맹주이고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국가는 아니지만 3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각각 1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결국 3대 산유국이 전 세계 석유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대부분의 산유국은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석유생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세계 석유시장의 팩트이다. , 산유국이 마음만 먹으면 석유 공급을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국영석유기업이 없어 석유공급이 온전히 유가에 연동되어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의 공급을 줄여 유가하락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는 무엇일까?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 이후 추락한 국제유가의 근본원인을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생산단가가 높아서 유가가 40달러 이상 되어야 생존이 가능한 미국의 셰일오일을 무너뜨리기 위해 2015~16년에 1차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가재정의 한계를 고려하여 감산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게임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석유시장의 점유율을 잃었고, 미국은 에너지독립을 이루고 중동의 석유패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작금의 코로나19로 시작된 저유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잃어버린 석유시장과 패권을 동시에 찾기 위한 2차 치킨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유가는 어떻게 진행될까? 결론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정책이 지속되면 유례없는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도 예상되기에 20달러 대의 초저유가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국가들이 감산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향후 석유수요 감소를 고려하면 수년 동안은 70달러 대 이상의 유가는 예상하기 힘들어 보인다. 생산초기 1~2년 동안 생산량의 30~50%가 감소되는 셰일오일의 생산특성을 고려하면 미국 내 셰일오일의 생산량은 유가가 수익분기점인 40달러 이하로 2년 이상 지속되면 급격한 생산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전망되는 유가에 따라 공급자의 자본투자전략이 바뀐다. 게다가 자본투자가 석유생산으로 연결되는 기간이 5~10년이기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해도 장기적인 경향성은 추정이 가능하다.

  저유가는 석유소비국 측면에서는 값싼 연료와 원료를 사용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은 하루에 약 300만 배럴 규모의 석유를 수입하여 정제 후 석유제품을 만들어 50% 가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면 수출과 내수가 모두 감소해 석유화학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또한 석유개발이 지연되면서 플랜트산업과 조선업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셰일오일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대외적으로 에너지 독립국이 되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셰일자원을 개발하면서 시추, 기계, 토목, 환경, 4차 산업 등 석유개발 관련 산업이 함께 활성화되어 고용창출과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산업은 한 국가의 중요한 핵심 기반산업이다.

  유가는 단순히 소비자 물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과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잠복기가 2주이지만 에너지는 그 정책에 따라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이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 셰일암석층에서 생산되는 오일은 셰일오일, 가스는 셰일가스라고 부르며 셰일오일 생산시에 많은 양의 가스가 수반되어 생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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