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과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마다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겠지만 필자가 사회과학으로서 교육행정학을 하는 이유는 사회 체제의 일부로서의 교육행정 체제와 여기서 발생하는 현상을 단순히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의 이해와 설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 행정 현실을 실제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연구결과의 현실 개선에 대한 기여란 이슈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필자가 교수가 되기 전 정부 부처에서 16년 동안 근무했던 출신 배경 탓도 있지만, ‘우리 교육행정학의 이론과 지식의 현장 적응성이 낮아 정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그간 우리 학계에서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다. 필자는 우리 교육행정학계, 나아가 사회과학계에 존재하는 이러한 전반적 이론과 실제의 괴리 현상“‘연구자들과 현장 실천가들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구분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잘못된 생각에서 초래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Dewey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소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산출된 이론과 일상적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식은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 예컨대 교사가 해당 학기에 자신이 적용할 티칭 프로그램과 방법을 구안하여, 적용하고, 그 효과를 성찰하는 일혹은 교육행정가가 시행할 특정한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적용하여, 그 효과를 평가하는 일등은 기본적으로 학자들이 수행하는 연구와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필자는 이론과 실제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행정가의 역할을 엄격히 분리하기보다는 이 양자가 만나는 접점을 보다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먼저 연구자들이 현장 행정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필자의 연구 수행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학과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의 연구에 있어서는 외부자인 연구자들만의 지식과 전문성을 가지고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경우 연구는 (1) 해당 대학에서 오랜 시간 경험적 지식과 통찰력을 축적해 온 내부의 전문가들(예컨대 보직교수, 직원, 연구원 등)(2) 해당 분야에서 오랜 연구 경험을 축적해 온 외부인으로서의 전문 연구자들의 통찰력이 (3)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적작용을 통해 결합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을 공동 생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구가 성공적인 것이 되려면 연구의 대상이 되는 대학의 구성원들이 연구의 목적에 공감하도록 하는 적절한 문제 설정, 구성원들의 연구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소유감(ownership)의 형성, 그리고 실현이 어려운 포장만 그럴듯한 프로그램과 방법보다는 이들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의 창출과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sense-making)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는 현장 지식(이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사(교수) 혹은 현장 행정가들이 연구 역량을 배양하여 직접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물론 교사(교수)와 현장 행정가들이 앞서 언급한 대로 전문연구자들과 함께 협업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연구는 미국의 고등교육 맥락에서는 기관연구(Institutional Research)의 형태로 이미 활성화되어 있다. 심지어 이러한 현장 연구자들이 주축이 된 학회(AIR: Association for Institutional Research)도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맥락에서도 최근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속에서 (1)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교육을 제대로 할 것인가? (2) 어떻게 하면 대학 운영을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라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수학습센터, 교육 질 관리 센터 등이 속속 신설되고 여기서 일할 전문 연구자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들을 중심으로 해당 대학의 맥락에 기초한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를 통한 현실의 개선을 지향하는 실용적 실행연구를 주창한 GreenwoodLevin(2007)전통적 사회과학은 역동적인 사회변화 과정을 촉진하거나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단순히 과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취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행동이나 현실 개선을 위한 문제해결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이 우리나라의 맥락에서는 어떠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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