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 중, 1심은 벌금형

유족,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

 

 20181126,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군 복무 중이던 최현진(문과대 영문16) 씨가 사망했다.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어머니 송덕순 씨에 따르면, 최현진 씨의 죽음은 윤모 소위와 김모 중사 등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의한 것이었다. 최 씨는 20185월 입대 이후 7월부터 윤모 소위, 김모 중사 등에게 업무 전가, 폭언 등의 괴롭힘을 받았다. 행정병인 최 씨에게 야근을 일주일에 5차례 이상 지시했고, 지시한 업무에 잘못된 점이 있을 시 강하게 질책했다. 송덕순 씨는 아들이 실수만 하면 휴가 자른다, 고대생이 그 정도도 못하냐는 등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동료 병사 김모 씨의 증언에 따르면 최 씨는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유가족 측 김정민 변호사는 최현진 일병이 했던 일들은 간부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이를 병사들에게 떠맡긴 것이라 주장했다. 당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최 씨는 군에서 실시하는 스트레스 검사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기도 했다.

 지속적인 괴롭힘에도 송 씨는 군에서 적절한 조치 없이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공군 병력관리규정 제134조에는 자살우려자 등 복무 부적응 인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군대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장병 병영 생활 도움제도를 운영한다고 적혀있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간부의 말이면 따르라는 말을 당시 주임원사가 하는 등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5개월간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최현진 씨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군 검사 불성실에 민원 넣기도

 송덕순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2019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모 주임원사, 윤모 소위, 김모 중사를 고소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권남용가혹행위’, ‘직무유기등의 명목이다. 또한 최현진 씨 사후 물건이 모두 치워지고, 피해 사실이 적힌 수첩 원본이 한 장을 제외하곤 사라졌다는 점을 근거로 군의 증거인멸 의혹도 주장했다.

 직권남용가혹행위를 추가한 2차 고소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군 검사에 의해 불기소 처리됐다. 1차 고소도 일부 죄목만 인정돼 201971심 군사재판이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당시 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협박죄 등으로 윤 소위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그 외 피고소인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당시, 군 검사는 윤 소위의 선고에 대해선 항소했지만, 그 외의 피고소인은 항소하지 않았다. 김정민 변호사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기소 당시에 비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 것도 아닌데 검사가 항소를 포기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1심 재판을 담당했던 군 검사의 태도가 불성실하다 판단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송 씨는 업무분장표 등의 증거 제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송 씨는 민원 조사의 중간 결과를 듣기 위해 4월 중 국방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송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등록하거나 정경대 후문, 광화문 등 서울 일대를 돌며 1인 시위를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사건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들이 다닌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201911월 영어영문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주도의 TF팀이 공론화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정경관 후문과 이공계 캠퍼스에 대자보를 게시해 해당 사건을 알렸다. 올해 3월에는 송 씨와 담당 변호사의 주장을 담은 최현진 학우의 외침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고파스에 게시했다.

 

병사 인권문제 거듭 고민해야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사의 인권 보호를 위해 20166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이 신설됐지만, 병사들의 인권 보호는 군의 여전한 과제다. 해당 법 이전에는 군인의 권리를 규정한 법이 사실상 없었다. 최근 병사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심리 검사, 인권교육 등의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최 씨의 사건처럼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군인복무기본법상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정작 실제 재판에서 가혹행위가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 제정 이후 인정된 경우는 단 한 건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병사가 상관에게 욕을 하면 바로 상관모욕죄지만, 상관이 병사에게 하는 행동들에는 군이 최대한 온정을 베푼다이번 재판에서도 간부가 휘하 병사에게 일 좀 시키고 욕 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군의 기저에 있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최 씨의 어머니는 윤모 소위에 대한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재판 선고가 319일에 이뤄져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4월로 연기됐다. 2월부터 시작된 2심 재판에는 유가족의 민원을 접수한 국방부 관계자도 재판에 동석했다. 송 씨는 국방부 관계자도 참석한 만큼 1심에 비해 보다 성의 있는 판결이 내려지길 고대하고 있다. 송 씨는 아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자세히 물어보지 못한 게 한스럽다아들을 밤낮으로 괴롭힌 이들을 명백히 처벌해 한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123)

 

직권남용가혹행위 -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군형법 제62)

| 신용하 기자 dragon@

인포그래픽 | 윤지수 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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