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경인교대 교수·
컴퓨터교육과

  요즘 우리는 매일 매일을 새로운 경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낯선 경험들이다. 서로를 멀리하며 일상을 보내야 하고 학교도 가지 못한다. 학교를 가지 못하니 수업을 받을 수 없고 수업을 받지 못하니 학력을 받을 수도 없다. 이대로 시간이 자꾸 흘러가면 모든 학생들이 진급을 못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내몰릴 수 있다.

  이러한 사태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 교육당국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다. 당연히 준비가 완벽할 수가 없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 본 교사도 없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아 본 학생도 없다. 서로가 처음이니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다.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경험을 철저히 준비한다는 것은 모순에 가까운 일이다.

  이 혼돈 속에서 하루 빨리 새로운 질서를 찾아 교육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해법이자 최선이다. 그렇다면 이제 시작하려는 온라인 수업에서 혼돈의 원인은 무엇인가? 부족한 학생용 컴퓨터인가? 아니면 폭주하는 사용량에 수시로 중단되는 인터넷과 서버인가? 이것들이 해결되면 인터넷 수업은 안정적으로 운영될까?

  단언컨대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학생용 컴퓨터가 충분해도, 인터넷과 서버의 용량이 충분해도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혼돈의 핵심은 이러한 인프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심은 온라인 수업의 인정 기준이다. 쉽게 말하면 어느 정도 또는 어떤 형태의 참여를 출석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다. 현행법 상 수업은 학력 인정의 기준이며, 전체 수업일수의 4분의 3을 출석해야만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에서도 가장 먼저 출석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의 출석 기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온라인 수업에 교실 수업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습관이다. 온라인 수업을 단순히 교실 수업을 대체하는 형태로만 여긴다면 혼돈은 계속될 것이다.

  온라인에서 학생은 교사와 수업시간 내내 얼굴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 교사는 학습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며 가르치기보다는 학습내용을 안내하고 학습할 자료를 제공하며, 학생 개개인별 학습 상황을 코칭하는 지식의 안내자 역할이 더 적합하고 효율적이다. 특정한 공간과 한정된 시간 내에 정해진 학습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교실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공간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학생의 역량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에 학습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 수업은 이러한 온라인의 장점은 모두 버리고 교실 수업을 그대로 모방하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는 수업시간도 똑같은 시각에 맞춰 운영하려 하고 있다. 당연히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교사의 학습설명과 과제 안내를 확인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제출된 과제로 출석을 확인하는 온라인 수업 출석 기준을 마련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혼란은 가라앉을 수 있다. 특정 시간에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기에 컴퓨터 부족과 인터넷 접속 폭주의 문제도 일부 해결되고, 수업 운영에도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문제는 과제수행형 수업이 사교육으로 연계되거나 학부모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교육당국의 우려이다. 하지만 평가를 수반하지 않고 교과서 범위 내에서 과제가 제시되고, 교사에게 질의하고 피드백을 받는 체제를 구축한다면 이러한 우려는 옅어질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서 출석 기준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의사소통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효과성보다는 보편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누구나 활용가능한 방법을 기본으로 정하고 학생과 교사의 역량에 따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손쉽게 활용하는 이메일, 학급게시판 등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의사소통에 소외되는 학생은 없다. 요즘 많이 활용하려는 실시간 채팅이나 화상회의 등은 효과성은 높지만 도리어 소외되는 학생과 교사가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활용 경험이 없기에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결국 온라인 수업에선 온라인의 장점을 살린 출석 기준을 마련하고 가장 보편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기본으로 정해야한다. 여기에 경험과 노하우를 축척해 가며 효과적인 방법들을 하나씩 접목해 가는 점진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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