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기준보다 신속성우선

방역과 경제 간 균형 맞춰가야

경제회복, 백신 개발에 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비위축이 전 세계에 대규모 경기침체를 촉발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 사회의 타격 심각하다. 방역조치를 강화하면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동시에 금융 지원과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재정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신속성과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19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김동헌(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 “사람들이 이전처럼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지 못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많게는 80%, 평균적으로는 50%나 줄었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5%. 상당히 높은 수치다. 소비경제가 위축돼 자영업자들의 절반이 부도난다고 가정하면, 실업률은 금방 10%를 넘게 되고 대량실업까지 이어질 거다. 그렇기에 현재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해 자영업자들이 무너지지 않게 긴급 수혈을 하는 것이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코로나19는 우리 경제에 매우 독특한 제약을 줬다. ‘일하지 말라. 일하지 않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라는 매우 상반된 명제를 수행하도록 한 거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인데, 내수부문의 위기, 항공·운수·숙박업의 위기가 모두 여기서 촉발된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공장과 일터가 셧다운 됐는데,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했다. 그렇기 때문에 종래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한 것이고, 정부는 재정을 아낌없이 풀어야 한다.”

 

-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자원이 한정돼있어 지원이 긴급히 필요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정보를 모아 공정한 기준을 정하기엔 너무 오래 걸리니 일단 지원 먼저 하자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단 정부가 가진 데이터(건강보험료 등)를 기준으로 소득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상자 외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청을 받아야 한. 대상자에 선정되지 않았어도 이번 사태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든 사람들이 분명 추가로 신청할 거다. 이 사람들에게는 일단 무조건 지원을 해준 뒤, 심사를 진행해 실제로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에겐 차후에 세금을 더 내게 하면 된다. 지금 당장 100%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단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는 게 더 중요하다.”

 

 

- 한국 정부의 추경예산과 긴급재난지원금을 합친 재정규모가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6%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펼치고 있다

김동헌 교수 |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GDP6%만큼 지원하라고 하긴 힘들다. 미국은 최근까지 실업률도 아주 낮았고, 경제성장률도 2.6%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년 경제성장률이 2%에 턱걸이한 정도다. 단순히 퍼센트 수치만으로 비교하긴 힘들고, 국가의 최근 경제상황과 재정건전성 등을 살펴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국가 채무도 증가 추세라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재정지원은 분명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채권을 더 발행하는 등의 수단을 통해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에 추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전성인 교수 | “현재 상황에서 정부는 돈이 휴지가 될 정도로 막 풀어야 한다. 시간을 더 끌면 생산기반이 붕괴.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대체적인 기조는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재난지원금 차등지급이냐, 일괄지급이냐를 놓고 총리와 부총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코미디가 있었다. 결국 차등지급으로 정리됐는데, 그 이면에는 재원 조달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렇다. 세금을 안 걷고 해결해보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시적으로 부유세를 걷어서라도 돈을 뿌려야 할 때다.”

 

- 조치를 강화하면 실물경제의 타격이 더 심해지는가

박성욱 위원 | 방역의 기회비용이 경제활동 위축이다. 경제활동과 방역 둘 다 잘 되는 방법은 없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 발생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때까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역과 경제활동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 균형을 찾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감염병 자체에 대한 전문지식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동헌 교수 |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 소비경제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되살아나는 방법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뿐이다. 경제악화의 근본적 원인이 감염병이기 때문에, 감염병을 잡기 위해선 전문의료인의 말을 절대적으로 들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하게 되므로 당분간은 소비경제가 위축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에 총력을 다하는 게 최선이다.”

 

- 경제 전망은 어떤가

김동헌 교수 | 과거 국가재난사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V자형으로 큰 충격 없이 바운스백(반등) 됐다. 이번에V자를 그릴지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단 감염병을 해결하려면 치료제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 안심하고 나와서 소비와 경제활동을 재개할 거다. 특히 이동금지 조치 내려진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5월 이후까지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현재로선 V자 회복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박성욱 위원 | “V자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생각하면, 경제가 한 번 푹 꺼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이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 문제는 U자에서 바닥에 머무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것인가다. 이건 치료제와 백신이 언제 나오느냐에 달렸다. 전 세계적 확산이 언제쯤 진정되는지도 관건이다. 감염병으로 발생한 경제위기인 만큼 경제 외적인 요소가 향후 경제 전망에 상당히 크게 작용할 것이다.”

 

김민주 기자 itzme@

인포그래픽 | 송유경 기자 c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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