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 중이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두 가지 위기를 안겨주었다. 첫째 건강의 위기다. 이번 바이러스는 감염 속도도 매우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조차 의료자원이 환자의 폭증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세계 각국이 백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정된 의료자원을 잘 관리하고 정부의 통제를 잘 따라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

 둘째 경제위기다. 감염 억제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자제하면서 수요가 위축되자 실물부문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장 자영업자들과 음식숙박여행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그 여파가 모든 산업으로 퍼져나갔다. 위기가 감지되자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하며 금융시장 경색이 나타났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채권만기가 연장되지 않는다. 위기는 한순간이다.

 세계 기축통화는 달러다.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은 외환위기가 없다. 찍어내면 되니까. 하지만 달러를 찍어낼 수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위기의 기미가 보이면 달러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3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코로나발 위기를 일단 잠재울 수 있는 최강의 카드였다. 금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 우리의 외환위기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급등하던 환율이 꼬리를 내렸다.

 

근본 과제는 실물경기 회복

 한편 금융시장 경색을 풀고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구하기 위한 정부와 한은의 대책이 쏟아졌다. 한은은 금리를 0.5%포인트 내렸고, RP 무제한 매입도 선언했으며 금융 상황이 악화되면 비은행 금융기관대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와 기업자금지원 등에 100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지금 일어날 위기를 일단 뒤로 미뤄 놓은 정도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실물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언제든 터질 수 있다. 따라서 그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실물부문 타격은 회복이 요원하다. 따라서 일단 정책의 여력을 남겨두자. 한꺼번에 다 써버리면 나중에 대비할 수 없다. 그리고 대응 플랜을 만들어 시장에 제시하자. 우리가 감내할 수 있고 준비 가능한 재정적자, 한은 유동성 공급 그리고 시장안정화 방안 등에 대한 플랜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얻어 놓자. 이 과정에서 과거의 논리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위기극복이 우선이다.

 이 모든 것은 코로나가 잠잠해져 실물경기가 회복되어야 해결된다. 잠시 답답하더라도 정부 통제를 잘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를 퇴치하자. 그것이 건강 위기도 극복하고 경제 위기도 극복하는 가장 슬기로운 대처 방법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