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속 불안, 자연스런 증상

국민 정신건강 챙기는 정부·지자체

거리 두며 사회적 관계 맺어야

 

 2020120,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날부터 80일 넘게 지났다. 확진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국민의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2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불안이 늘었다는 응답자는 85.1%에 달했다.

 코로나 19와 장기전 국면에 들어선 지금, 전문가들은 심리방역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기수(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여있는 만큼 심리방역이 중요하다국민들에게 격려와 배려 차원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난 상황 속에서 부정적 감정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부와의 단절과 신종이란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달 18, 김경민(문과대 언어17) 씨는 스페인 교환학생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중도 귀국했다. 그는 “2주간의 격리 기간 동안 방 한켠에서 지내는 답답함과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해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허지원(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이 증가하면 실제로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확진자 심리상담은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은 각 지자체의 재난심리지원단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맡는다. 확진자, 자가격리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1577-0199 위기상담번호로 전화하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제주지역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관계자는 자가격리자의 불안 증세가 심할 경우 방호복을 입고 직접 찾아가는 방문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도 힘을 보탠다. 한국심리학회는 36일 성명을 내고 국민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39일부터 731일까지 5개월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긍정적 감정을 키우기 위해 나섰다. 327일부터 성동구 살곶이 체육공원 운동장은 자동차 극장으로 변신했다. 성동구청과 성동문화재단이 주민들의 기분전환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다. 당초 자동차극장은 4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구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55일까지 열기로 했다. 성동문화재단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영화를 보시고 싶은 주민들을 위해 안전한 곳에서 영화를 보여드리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1일, 살곶이 체육공원은 자동차 극장으로 바뀌었다.
1일, 살곶이 체육공원은 자동차 극장으로 바뀌었다.

 

이타심과 정보 검증하는 자세 중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큼이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만들어 알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외부와의 단절로 외로움이 커지면 심리적으로 위태로워진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계가 단절되기 쉬운 상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재난의 시기를 가장 잘 이겨내는 것은 이타적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현장의 방역진을 응원하거나 노인, 아이들에 관심을 갖고 돕는 자세는 본인의 면역을 지키는 데도 기여한다며 재난 속에서 발휘되는 이타심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립에서 오는 우울감을 탈피하기 위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권한다. 지난달 27, 영국에서 입국한 뒤 2주간 격리됐던 허용우(·24) 씨도 취미 생활에서 활력을 찾았다. 그는 음악이 취미라 격리기간 중 비트메이킹을 했다기분전환과 성취감이 동시에 드는 작업이라 격리된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정보를 가려 수용하고 직접 검증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정보의 공백을 메우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에 휩쓸리게 되면 외려 불안감이 커진다.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민들이 정보를 수용하거나 공유할 때는 잘못된 정보가 공동체에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 지 인식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공신력 있는 정부기관과의 교차검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보성 기자 greentea@

사진양가위 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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