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쌀롱] “내게 기대요, 형제여” 빌 위더스가 남긴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
[타이거쌀롱] “내게 기대요, 형제여” 빌 위더스가 남긴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
  • 고대신문
  • 승인 2020.04.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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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에는 소위 송가라고 불리는 음악들이 있다. 영어로는 ‘anthem’이라는 말로 불리는데, 공동체나 그룹 구성원들에게 고양감을 느끼게 하며, 보편적이고 초월적이며 숭고한 감동을 주는 가사를 특징으로 삼는다. 평화와 반전을 노래한 존 레넌의 ‘Imagine’이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 같은 곡이랄지, 흑인 인권 운동의 송가가 된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송가라고 해서 꼭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으란 법은 없다. 퀸의 ‘We Will Rock You’‘We Are the Champion’은 어떤 상황과 대상을 지칭하고 있지 않지만, 그 간결한 메시지의 힘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그 어떤 노래보다도 강력한 결속력을 체험시킨다. 그런가 하면 어렵지 않은 노랫말이지만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희망과 연대감을 주는 곡들도 있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든지 벤 E. 킹의 ‘Stand By Me’가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한 곡, 얼마 전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소울 가수 빌 위더스의 ‘Lean On Me’가 있다.

 1970년대 가장 중요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빌 위더스는 팝의 역사를 수놓은 수많은 천재뮤지션들과 달리 음악적 재능을 늦게 발견한 늦깎이뮤지션에 속한다. 위더스는 1938년 버지니아 주의 깡촌탄광 마을 슬랩 포크에서 가난한 광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고, 10대 후반에는 해군에 입대해 20대 전부를 군인의 신분으로 살았다. 그가 음악 커리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 되어서였는데, 1965년에 해군을 제대하고 로스앤젤레스로 거처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흑인 연예계의 숨겨진 대부로 불리는 클래런스 아반트(Clarence Avant)였다. 아반트가 새로 설립한 서섹스(Sussex) 레코드의 가수로 발탁된 된 그는 1971년에 그의 자작곡으로 채워진 데뷔 앨범 <Just as I Am>을 내놓게 된다. 결과는 대단한 성공이었다. 그 어떤 음악적 커리어도 없던 이 무명의 뮤지션의 음반은 당시 그 어떤 팝 음악보다도 독특하고 진실하며 흡인력이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었고, 기교를 앞세우던 당시 소울 가수들과 달리 담담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빌 위더스에게 대중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Ain’t No Sunshine’은 그해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등극했고, 이어진 ‘Granma’s Hands’ 역시 차트에 진입하며 그는 일약 촉망받는 소울 뮤지션의 반열에 오른다.

 빌 위더스는 남들처럼 정규 음악 교육을 받거나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뮤지션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음악에는 흔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대부분의 소울 가수가 저마다의 기교를 뽐내기 바빴지만 빌 위더스는 갖고 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진솔하게 전달할 뿐이었다. 그가 작곡한 음악들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음 하나하나가 깊이가 있었고, 가벼운 통속성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대중성을 자랑했다. 1972년에 발표된 그의 2<Still Bill>은 전작보다 훨씬 진하고, 훵키하며, 동시에 섹시해진 깊은 소울 음악들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모든 곡들이 수려했지만, 그중에서 ‘Lean on Me’는 특별한 노래였다. 노래를 여는 피아노의 첫 다섯 음만으로 듣는 이를 완전히 장악해 듣는 이를 곡의 내러티브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곡은 후렴을 지나고 나면 박수 소리와 함께 마치 가스펠 음악을 연상시키는 싱어롱 라인이 등장해 곡의 궁극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You just call on me brother, when you need a hand

형제여 그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날 찾아요.

We all need somebody to lean on

우리는 누구나 기댈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I just might have a problem that you’ll understand

내 문제를 혹시 당신이 이해해 줄 수도 있어요

We all need somebody to lean on

우리는 서로 기댈 사람이 필요해요.

 

 타향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뮤지션을 꿈꾸던 빌 위더스는 정작 믿고 의지할 사람이 곁에 없었다. 그는 가난했지만 서로 끈끈한 동료애가 있었던 그의 고향인 시골 마을 웨스트 버지니아의 슬랩 포크를 떠올리며 이 곡을 썼다고 한다. 그의 외로움과 유대감에 대한 갈망이 솔직히 담긴 탓에 이 곡의 메시지는 듣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발매된 지 거의 5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 곡의 감동적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설마 했던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전 세계가 휘청대고 있는 지금이라 더더욱 그렇다. 정치가 나라와 나라를, 시민과 시민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함께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서로 손을 맞잡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내 자아를 내려놓고, 적대감과 불신을 잠시 거두고 누군가에게 내민 손으로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세상을 떠난 빌 위더스의 ‘Lean on Me’가 지금 더 각별하게 와닿는 이유이다.

 

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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