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2020, 20살과 고려대학교를 맞이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었다는 설렘,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으로 대학교에 입학할 날을 기다려 왔다. 입학 날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앞섰다.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통학하기로 했던 나에게는 입학 이후 아침을 견딜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다. 이런 나의 걱정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정된 입학이 1달 넘게 미뤄진 지금, 나는 온라인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대학 생활과 처음 겪어 보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 처음에는 단지 통학하지 않아도 눈만 뜨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꾸만 끊기는 실시간 강의, 학과 친구들과 만나지 못한 채 SNS로 이루어지는 연락에 대학교 생활에 대한 나의 기대도, 새로운 친구들과 만드는 새로운 추억에 대한 설렘도 점점 무너져갔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야기하고, 메신저를 통해 가입한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새삼 얼굴을 보고 만나 이야기하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만나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분위기와 성격, 메신저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말투와 느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대면과 접촉은 그 나름대로 의미를 항상 가져왔던 것이었다. 아는 친구들과 몇 시간씩 전화로 떠들고, 메신저로 이야기해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과 거리감은 함께 만나 종종 생기던 무거운 정적보다도 더 어색하고 지쳤다. 첫 만남이 가지는 어색함과 그 첫 만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피하고 싶었던 그 순간들이 더 간절해지는 지금, 몇몇 선배들과의 밥 약속을 가지면서, 그리고 같은 동아리끼리 만남을 가지면서, 대학 생활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었다.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 나의 대학 생활의 유일한 설렘이기도 했다.

 교수님과 만남, 학우들과 만남, 학교에서의 새내기 생활이 더 기다려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나 지나야 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인 만큼 모두가 만남을 기다리는 우리의 새내기 생활, 그래서 대면 수업 공지가 내려지는 그 날이 더욱 기대된다.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강의를 들었다. 문득 창문 밖을 보니 벌써 벚꽃은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겉옷은 옷장에 넣어두는 날씨가 되었다. 거리 두고 목소리만 듣던 우리가 만나게 되는 그날을 오늘도 기다리고 있는 모든 20학번이 소중한 만남을 가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박지희(문과대 사회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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