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 21대 총선이 끝났다. 내게는 성인이 된 후 처음 행사한 한 표였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아버지 옆에서 시청한 정치 프로그램이 내가 아는 정치의 전부였고, 선거철마다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후보자 대담회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는 정도였다. 정치가 내 삶에 별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독립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대학에 입학해 부모님의 슬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회를 마주하니, 혼자의 힘만이 아닌 제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n번방 사건 등을 겪으며 내가 참여해서 만들어지는 체제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여기게 되었다.

 투표를 일주일쯤 두고 후보자의 소개가 담긴 선거홍보물 봉투가 도착했다. 일을 핑계 대며 치워뒀는데, 투표 전날 문득 전단지를 꺼내 보았다. 첫 투표를 하는데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할 성 싶었다. 마찬가지로 이번이 첫 투표인 동생과 함께 홍보물을 넘겨보며 이 사람은 어떠네, 저 정당은 이게 별로네 하며 평가를 늘어놓았다. 동봉된 투표인 명부에 올라온 이름 세 글자가, 이제 어엿한 성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투표 당일,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투표소로 향했다. 어떤 후보가 진정 국민을 위하는 후보일지, 어떤 정당을 선택해야 안심할 수 있는 국가가 될지 투표소로 가는 3분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고민은 길었지만 도장을 찍는 것은 금방이었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 10초 만에 선택을 마치고 나왔다. 국가의 4년이 순식간에 결정된다는 사실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의 고민이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었다.

 학창 시절 매년 하던 학급 반장 선거부터 친구와의 약속 장소 선정까지. 우리 일상은 하루하루가 투표였고 선택이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한 표가 앞으로 4년간 내 삶에 중요한 변화를 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일 거다. 앞으로 평생 몇 번의 대선과 총선,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한 표들이 있을지. 모든 순간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겠다 다짐한다.

 

최은영 사진부장 emilych@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