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의 오랜 독자로서 매번 고대신문을 pdf 판으로 읽어왔다. 글과 사진이 게재된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한 방향으로만 읽게 되는 온라인 기사와 달리 판이 주는 그만의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pdf로 접한 1897호는 일차적으로 글자로 빼곡하다라는 인상을 줬다. 보도면부터 이어지는 사회·연재·인터뷰면 까지 모두 글로 가득 차 있어 기사를 읽기도 전에 글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2면의 경우 한 면에 기사가 5개나 실려있음에도 구획선이 불분명해 기사 하나하나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취재도 어려울 텐데 이렇게 많은 기사를 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대단하다 느껴지면서도, 단순 정보성 기사는 과감히 줄이고 기사 간 여백을 확실히 둬서 가독성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1897호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단연 1면에서 3·4·5면으로 이어지는 특집 면 전체다. 김왈영 열사 관련 기사, 4·18의거 현장의 중심에 섰던 다섯 동문과의 인터뷰 그리고 특별전 소개 기사까지 모두 흥미로웠다. 4·19혁명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일반 줄글 기사와 인터뷰 기사 등 조금씩 다른 접근으로 기사를 전개해나간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1면에 실린<60년만에 4·19고대 희생자 찾아>에서 고려대 사망자가 전무했다는 이때까지 전해져온 역사 속 일면을 뒤바꾸는 사료가 발견된 점은 1면으로 다루기 충분했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새로운 역사 기록이 발견됐다는 내용만으로 평이하게 다뤘을 법도 한데,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인물에 대한 배경 설명까지 덧붙여 기사에 완성도를 더했다.

  다만 3면 두 번째 기사인 <4, 혁명의 외침엔 기층민의 목소리도 있었다>는 나머지 기사에 비해 깊이가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4·19혁명이 학생이 중심이 된 항거 운동이라고 알려진 데 반해, 학생들 못지않게 큰 목소리를 낸 기층민 세력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였다. 그러나 민주화를 부르짖은 기층민의 목소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기사 전개는 꽤나 기시감이 들었다. ‘당시 항쟁 현장에 기층민도 있었다는 피상적인 설명 외에는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또한, 이미 기사 제목에서 본문 내용을 전부 드러내고 있어 본문에 대한 흥미가 반감됐다.

  작은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특집 기사였다. 다시 한번 4·19혁명을 되짚어볼 수 있었고 당시 앞장섰던 고려대 학생들의 함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이승정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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