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DB가 데이터조작 가능성 막는다
분산 DB가 데이터조작 가능성 막는다
  • 맹근영 기자
  • 승인 2020.04.19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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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의 전망

여러 노드에 데이터 동시 전송
투명성이 비밀선거 해칠 수도
특정계층부터 부분적 도입해야

 

 

  21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5개국, 91개 재외공관의 선거사무가 중단됐다. 재외선거사무 중지 지역 재외선거인은 87269명으로 전체 171959명의 50.7%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투표는 종이투표의 대안으로 제시돼왔다. 하지만, 해킹을 통한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우려해 아직 한국의 공직선거에는 전자투표가 도입되지 않았다.

  데이터의 조작 가능성에만 초점을 둔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여러 노드(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종의 서버)에 데이터가 동시다발적으로 쌓여 데이터 조작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곳에 저장하는 만큼 투표자의 정보를 노출하는 경로도 많아진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집에서 투표하는 방식은 본인인증이 끝난 이후 타인이 개입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현 상황에선 현장투표가 어려운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투표를 시범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데이터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존 전자투표는 중앙 서버에 투표결과를 기록하는 반면, 블록체인 투표는 투표 결과를 여러 노드에 분산해 저장한다. 동일한 데이터가 곳곳의 노드에 쌓이는 것이다. 조완섭(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투표 기록이 저장되는 데이터베이스가 하나만 있으면 해킹이 일어나도 데이터가 조작된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관리자에 의한 조작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동일한 데이터를 각자가 보유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특정 서버가 조작돼도 다른 서버와 대조해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조완섭 교수는 동일한 데이터를 모두가 나눠 갖고 있기에 특정 서버를 가진 누군가가 데이터를 조작해도 다른 사람들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참여자끼리 서로 견제가 가능해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데이터가 노드에 그대로 저장되기에, 유권자의 투표가 결과에 제대로 반영됐음을 입증하기도 편하다. 종이투표는 여러 번의 검토를 거치는 개표과정을 신뢰하고 자신의 표가 결과에 제대로 반영됐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투표는 정보를 다양한 곳에 저장해 후보자, 참관인, 투표자 등 이해관계자도 개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

 

  유권자의 익명성 보장이 관건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비밀투표라는 선거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노드가 여러 개인 만큼, 투표자의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김승주(정보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데이터를 참여자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누구든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있어 매표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투표 방식은 매표를 시도해도 유권자가 누구를 뽑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표 거래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블록체인 투표에선 저장된 데이터를 통해 투표결과를 검증할 수 있어 매표가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도록 익명화를 잘 구현해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투표자의 정보를 무작위 숫자, 해시 아이디 등의 임의의 값으로 바꿔 익명화한다. 이러한 방법도 추적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데이터 저장시간을 바탕으로 대상을 특정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 K-Voting 업무지원센터 측은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시간순으로 정렬된다투표자 정보가 암호화돼 있더라도 저장 시간으로 해당 데이터의 대상이 누군지 특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투표 개발사 측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블록체인 투표는 유권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토큰을 전송하고, 해당 토큰을 다시 유권자가 투표하고자하는 후보자의 주소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표는 생성된 토큰의 양과 후보자에게 전송된 토큰의 양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마무리된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블로코 김한석 매니저는 임시주소 공간을 마련해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안을 고안 중이라며 후보자의 임시주소를 마련하고 투표종료 시점에 임시주소를 삭제함으로써 히스토리가 남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권자가 투표할 후보자의 임시주소로 토큰을 전송하고, 임시주소에서 다시 후보자의 주소로 토큰을 전달한 뒤, 임시주소를 삭제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투표가 도입되고 있다. 미국에선 2016년 미국 텍사스주 자유당 대선후보 선출과 유타주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블록체인 투표를 활용했다. 충북대 총학생회도 지난해 11월 충북대 조완섭 교수 연구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블록체인 투표를 이용해 선거를 치렀다.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문재윤(충북대 축산학13) 씨는 블록체인 투표를 도입해 선거를 더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권순일, 선관위)에서도 현재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수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의 골자는 블록체인 기반 선거플랫폼 구축을 위한 중장기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자투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제도상으로 온라인투표 도입을 결정했을 때 기술적으로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투표에 대한 불신 여전해

  블록체인 투표를 공직선거에 도입하기 위해선, 전자투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게 먼저다. 류석진(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선거는 선거 과정에서 신뢰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 공동체에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신중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국민참여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전자투표 도입을 추진해 2006년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개발했다. 이를 정당 당내경선, 민간선거, 학교선거 등에 활용했지만,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같은 공직선거에는 보안상의 우려로 도입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정진 입법조사관은 기술문제보다는 해킹에 대한 우려 등 전자투표에 대한 불신이 더 크기에 아직 도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소외계층을 시작으로 점차 블록체인 투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자투표의 신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더 많은 시민이 편리하게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블로코 김한석 매니저는 선상투표, 재외국민 투표와 같은 분야부터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나아가 전자투표와 종이투표를 병행하는 경험을 통해 블록체인 투표를 점점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선(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애인, 재소자 등 소외계층은 사실상 현장투표가 어렵다디지털 방식을 도입하면 소외계층이 더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근영 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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