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2주째. 처음 일주일은 정말 신세계였다. 출근을 위한 준비와 이동에 드는 시간과 신체적 노력에 대한 해방감이란! 업무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 2주 차에 들어서자 슬슬 사람이 그리워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모여서 나누고, 회사 욕도 간간이 하면서 시시콜콜한 농담도 주고받는 그런 행위가 그리웠다. 편안했던 집은 고립된 공간으로 변했고, 나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밀라논나(이탈리아어로 밀라노 할머니)’라는 유튜버를 아는지 모르겠다. 68세 패션 컨설턴트인 이 할머니는 패션 공부를 위해 1978년 우리나라 최초로 밀라노 유학길에 올랐고(심지어 결혼 후 아이도 낳은 후라고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전까지 고문을 맡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기 주도권을 누구보다 확고히 가지고 있고, 인생의 큰 변곡점을 겪었지만, 포기 없이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이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에 요즘 나는 푹 빠졌다. 그 중,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인간관계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 인간관계를 맺고 끊을 때 항상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라. 여러분들의 인생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이에요.”라는 내용이다.

 나의 경우, 냉정하게 보자면 대학시절 맺은 인간관계의 90% 이상이 유효기간이 끝난 상태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관계를 정비해보고자 나름의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그런 노력을 한 나에 대한 안쓰러움과 이 끝난 관계에 대한 씁쓸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90% 이상의 인간관계가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생기는 인연은 그 수를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공허함은 커지고 새로운 인연의 기쁨으로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니 내가 나를 채워야 하는 순간이 된 거 같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내가 내 삶을 풍만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으로 얼마나 더 재택근무를 연장할지 모르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이 혼자만의 고립된 시간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를 남에게 보여주고 존재를 확인받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 대신 내가 나의 존재를 알아주고 위해주는 방법을. 코로나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한 가지를 찾아서 뿌듯하다.

 

<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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