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정혜선, 황지현
<도쿄X라이프스타일>

 

 지금은 코로나19 국면으로 많이 진정됐지만, 작년 한때 대한민국 언론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사회의 중요 의제로 내세웠다. SNS에는 ‘NO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의 구호가 넘쳐났다. 그러나 강의실에서는 여전히 일본산 필기도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학내 방송국에서 일하는 필자는 값비싼 일본산 촬영 장비를 들고 캠퍼스를 누볐다. 일본이 아무리 동아시아의 이빨 빠진 호랑이라지만, 일본 제품이 갖는 파급력은 아직 엄청나다. 세 명의 브랜드 마케터들이 쓴 책 <도쿄X라이프스타일>은 일본 기업들이 제안하는 맥락이 어떻게 소비자의 삶에 무섭도록 깊게 배이게 되는지를 들여다본다.

 책에는 호텔, 카페, 패션 기업, 서점 등 다양한 종류의 기업이 등장한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물건을 팔기 전에 먼저 맥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례로 호텔 사업을 시작한 생활용품 브랜드를 들 수 있다. 이 브랜드는 단순히 깨끗하고 좋은 호텔을 개장하기 전에, 호텔 사업의 기반이 될 일종의 가치관을 제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일단 기업은 사람과 사회에 대해 깊이 통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사람들은 너무 비싸지는 않되 깨끗한, ‘적당한호텔에 묵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다음 호텔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충분한, 적당한 호텔을 만들자.’ 기업은 즉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냈고, 실용적인 것들을 충분히 더했다. 그리고 ‘This will do(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호텔이 내건 새로운 맥락은 여행자가 원하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했다. 호텔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방금 소개한 호텔의 예시처럼, 도쿄의 수많은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지 않는다. 그들이 파는 것은 취향이었고, 맥락이었고, 소비자에게 꼭 맞는 삶의 방식이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도쿄를 하나의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기업이 제안한 삶의 방식에 시나브로 적응하면서, 소비자는 그 이면의 마케팅 전략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만다. 그들의 맥락은 무섭도록 깊다.

 

신정원(미디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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