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도서관 & 아무튼, 북큐레이션
아무튼, 도서관 & 아무튼, 북큐레이션
  • 고대신문
  • 승인 2020.04.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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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수백 종의 새로운 출판물들이 쏟아진다. 책의 바다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적시에 찾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 목록과 북 리뷰를 살펴본 후 실패 확률이 낮은 도서를 선택하곤 하지만, 그마저도 별다를 게 없을 때가 많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서점의 북큐레이션이 눈에 띈다. 섬세한 일러스트로 짧은 예고편을 보여주거나 감각적인 문장을 소개해 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이들의 반응을 이끌어야 하는 서점의 SNS 북큐레이션에서 상업적 요소는 필수불가결하다. 서점의 창의적 큐레이션 방식에서 배울 점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도서관의 북 큐레이션은 수익성이 아닌 공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그와 결을 달리한다. 시민의 독서력을 향상하고, 독자들이 책을 통해 갈구하는 지혜를 정갈하게 차린 밥상처럼 펼쳐 놓는 것이 도서관 북큐레이션의 가장 큰 목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서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것이다. 서가 내에 숨어있는 좋은 책을 발굴해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은 광부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책이 사장되지 않도록 숨을 불어넣는 일이므로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사서의 독서량과 정보력, 그리고 집중력이 도서관 북큐레이션을 지탱하는 것이다. 책장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고, 예술적 감성과 휴머니즘적인 세계관을 갖춘 현명한 북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도서관은 사람 중심의 도서관이라는 운영 목표에 맞게 책을 읽고 사람을 잇다의 콘셉트로 북큐레이션을 기획해왔다. 사서가 직접 읽은 책에 인상 깊은 구절을 표시하고, 문장의 느낌을 OHP 필름에 손글씨로 기록한 마장크루‘s Pick’ 코너는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코너 앞에 발길을 멈춘 이용자들은 사서의 정성을 알아봐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휴먼 북큐레이션분야인 인문학 강좌는 직장인들의 퇴근길 발걸음이 도서관을 향하게 하는 동시, 밥 짓던 어머니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선사했다. 대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유명 인문학자들을 동네 도서관에서 직접 마주하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시민들이 행복해했다. ‘휴먼 북큐레이션을 확장해 우리 도서관이 2020년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우리 동네 사람책사업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시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의 가치는 사람을 읽는 사서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 따뜻한 독서가가 만들어줄 것이다. 공공도서관에 지혜롭고 부지런한 사서가 필요하며, 섬세하고 체계적인 북큐레이션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사서와 이용자가 자주 만나 소통하고 격려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도서관이 창의적인 북큐레이션을 통해 시민이 호기심을 갖고 즐겨 찾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은미
이천마장도서관 사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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