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흥식 의학과 교수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촌이 들끓고 있습니다. 혹시 자기의 환경을 파괴하는 생명체가 바이러스와 인간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2002~2003년에 중국을 덮친 사스와 2012~2015년에 중동과 한 국을 휩쓴 메르스도 COVID19(Corona Virus Disease19)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입니다. 코로나(corona, 왕관)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형태의 단백질이 왕관의 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COVID19는 막강한 전염력을 바탕으로 지구를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과정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폐와 심장 세포 등에 있는 ACE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2)와 결합하면서 시작됩니다. 세포로 침투한 바이러스는 복제를 통해 증식한 뒤 세포를 파괴하고 주위의 새로운 세포에 다시 침투하는 것을 반복합니다. 자기가 살던 환경인 세포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파괴해버리는 것이 자연을 훼손시키는 인간과 흡사해 보입니다.

  치사율과 전염성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환자가 사망하면 몸에 있던 바이러스도 함께 사라져서 더 이상 전염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예가 치사율이 40%로 높았지만 전염력이 낮았던 메르스입니다. 신종 플루는 치사율이 1% 이하로 낮아도 막강한 전염력을 바탕으로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바이러스의 목적이 복제를 통한 전염이라면 전염력이 강한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성공한 셈입니다. 치사율이 낮으면 적당히 아픈 환자가 돌아다니면서 널리 전염시켜 바이러스의 복제를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창궐한 COVID19는 몇 가지 면에서 학계를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증상 상태에서 전염을 시키는 것이 그중 하나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바이러스가 전염을 시작하는 것은, 다른 바이러스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현상입니다. 또 하나는 완치된 뒤 재양성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두고두고 우리의 골치를 아프게 할 부분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COVID19가 우리의 경험적 예측을 벗어날 정도로 빠르게 전염되어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었던 의료체계의 약점이 들춰지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치사율이 전염력과 반비례한다는 법칙도 함께 무너져 버렸습니다. 양이 질을 포함한 꼴이 된 것입니다.

  COVID19의 중간 숙주로 박쥐와 천산갑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전염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박쥐는 사스, 메르스 등 21세기의 주요 감염병을 일으킨 바이러스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으로 전달되며,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옮겨집니다. COVID19는 현재 정치·외교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박쥐와 천산갑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쥐는 음습한 동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먹이 활동을 위해 잠시 동굴 밖으로 나오곤합니다. 동굴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어서 박쥐가 바이러스의 감염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 에코헬스얼라이언스의 피터 다스작 박사 연구팀이 2017‘Nature’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박쥐류는 156종의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박쥐가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박쥐의 특이한 면역체계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와 싸우기보다는 평화전략을 쓰는 것입니다.

  반면에 인간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면역반응과 함께 체온을 올립니다. 바이러스가 고온에 약하다는 것을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면역반응과 고온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하다 보면 우리의 세포도 함께 피해를 보게 됩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의 형태인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해 장기가 치명적으로 손상을 당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이와 달리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박쥐와 박쥐 몸에서 조용히 지내다 다른 동물로 옮겨가는 바이러스는 공생 전략을 채택한 것입니다.

  COVID19 피해에 대한 책임이 인간에게도 있는 듯합니다. 박쥐가 바이러스의 저장고처럼 보여도 인류에게 직접 찾아와 바이러스를 건네지는 않습니다. COVID19는 인간이 박쥐나 천산갑을 잡아먹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쥐나 천산갑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보양 문화 탓에 잡아먹히는 것도 억울한데 전염병에 대한 누명까지 쓰니 답답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개발하여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 또한, 야생동물과 그들의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까이 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에게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COVID19의 상당 부분은 우리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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