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온 이유

                                          안미영

함께 있으나 내쳐진 듯 아플 때

이해할 수 없는 일 자꾸 성가시게 할 때

거울 속 얼굴도 나를 모른 체하고

빈방 불 꺼진 마음같이 두려울 때

말할 힘도 없이 지쳤을 때

 

나는 울어야 했다

충분히 쉬어야 했다

 

바다의 푸른 물이 빨간 상처 닦아 줄 것이다

 

한숨은 흘러 바다로 흐르고

엎치락뒤치락 저 파도는

그깟 일로 왔느냐고 에둘러 토닥인다

 

둥근 우산 하나 없이 비 내리는 새벽

바다에 앉아 흠뻑 맞자니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가만히 바다를 따라 걸어보자. 파도치는 소리가 고요를 메워준다. 어색하지가 않다. 그리고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깊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검게 물들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바다를 쳐다볼 때면 죽음에 대한 단상들에 잠기게 되고, 해가 나와 금빛으로 물드는 수평선의 바다를 보면 내일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여름 바다, 겨울 바다, 아침 바다, 밤바다모두 다른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다는 또 다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쳐다보며 든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도, 비밀을 속삭여도,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내어 보여도, 바다가 다 가져가 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시 속 화자가 바다에 가서 위로받은 까닭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드넓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를 한 번에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이 발 바로 앞에 있다. 내가 아주 작게만 느껴지고, 이에 내가 고민하고 나를 괴롭게 하던 것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아진다. 가만히 앉아 변함없는 풍경을 계속 바라보면 어느 정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정리되는 기분을 느낀다. 화자처럼 삶에서 지쳤을 때, 혼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바다다.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어떠한 기분으로 하든 간에 그 자리에서 찬찬히 변함없이 움직이며 받아주곤 하고, 또 다른 날에는 거칠게 파도가 치듯 나를 대신해 화내어 주는, 옆에 있기만 해도 말을 꺼내 보이는 것만 해도 위로가 되는 바다 같은 사람들. 나도 바다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너희의 이야기를 듣고 감싸 안아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성지민(사범대 지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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