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궂은 비가 연일 내렸소.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번엔 얄궂은 흥()이 술래요. 고막을 찢는 음악 소리와 어두운 조명, 일면식도 없는 이와 애끓는 열정만 나눴지, 역병까지 주고받았을 줄 누가 아리오. “어디서 오셨어요? 혼자 왔어요?”선별진료소에서 만납시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 근데 이걸 어쩌나. 부모, 친구, 직장동료까지 데려와 버렸네. 일단 국민적 꿀밤 한 대 맞으시오. 맞았는데, 어째 꿀밤 맞은 얼굴이 생각보다 크게 부었소. 풍선처럼 팅팅 부어 동네방네 흔들리는데, 부기가 빠지긴 할지도 의문이오. 사람인데, 사람이네만 클럽 간 걸로 혼내면 그만일 것을.

○…현미경으로 겨우 보는 바이러스. 언제 어디서 왔고, 어디로 떠나갈지 아무도 모르는 존재요. 보이지 않는 것, 다 안다 생각지 마시오. 사람 마음도 그렇소. 식자(識者)인척 안경 쓰고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혹자의 사랑이 나아가는 길을 속단하지 않는 것, 어찌보면 그게 최선의 앎일 수도.

○…비가 궂다고 말했지만, 한창 모내기하는 철에 내리는 비는 큰 행운이오. 행운,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길. 행운이 필요한 순간이긴 하오. 그래도 행복은 짓밟지 마시길.

이선우 취재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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