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만 해도 누군가가 꿈을 물어볼 때마다 나는 고민해야 했다.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였다. 검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어떨 때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가, 또 언제는 국정원에서 비밀스런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지금도 누군가가 꿈을 물어보면 고민한다. 이제는 많아서가 아니라 없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뭐 잘 먹고 잘살 정도의 직장을 얻는 것이었다가 이제는 한층 진화해서, ‘고대까지 나와서 왜 그러고 사냐소리 안 듣는게 꿈이라고 답한다.

  고등학교 때 상상한 대학교는 원하는 전공의 원하는 공부를 하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그 반대가 돼버렸다.

  기대에 부풀었던 새내기가 꿈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금, 단지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낀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남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과연 그 꿈을 꿔도 될지 혼자서 눈치 게임을 한다. 이중전공 신청을 일주일 앞둔 지금도 나보다 학점이 높은 사람들을 신경 쓰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내가 그 공부를 하고 싶은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잘난 사람들만 모여 있는 이곳에서, 나보다 더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인정받는 시스템에 길든 이에게 이런 능력 차이는 부담스럽다. 또한 그 부담감은 마음껏 꿈을 꿀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과 비교하여 내 능력을 정해 이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꿈을 가지면 목표가 생기고, 그러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 나 또한 노력한 사람 중 하나였다. 꿈은 눈치가 없다.

배수빈 기자 su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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