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312359. 3...2...1 “해피 뉴 이어!”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됐다. 나이의 앞자리가 2로 바뀌었지만 내 생활이나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술을 마시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등 어른들의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하면서 어른이 된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20대 초반의 나는 그저 알코올에 중독된 꼬맹이였을 뿐이다.

  날씨가 따뜻해진다. 따뜻한 하늘이 얼고, 얼었던 하늘이 다시 녹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스물여섯이 됐다. 고려대학교 최후의 신입생일 줄 알았던 나는 어느새 화석이 됐다. 하늘이 얼고 녹는 과정을 서너 차례만 더 거치면 30대가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서른은 삶의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고 했고,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고 했다. 서른, 마흔의 미래는 나에게는 아직 겪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느 순간에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어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나로서는 나이를 먹는 일이 20131231일에서 201411일이 됐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똑같은 하루가 조금 더 요란하게 지나갈 뿐이고, 연도가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과제를 미루고 늦잠 자기를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일 뿐이다. 서른이 된다 한들 삶의 기초를 세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마흔이 되더라도 갈대 같은 내가 세상의 유혹에 쉽게 흔들릴 것이라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혹시나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선명한 명제를 얻고자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미안하게도 나는 명쾌한 답변을 줄 수 없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희미하게 느낀 바를 말해주자면, ‘내가 아직 어리구나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나의 부모님 또한 연습 없이 어른이 되어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세상의 냉담함에 조금 의연해질 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재수 없는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그런 순간들이다우리는 성인이 되기 위해서 남태평양의 어느 원주민들처럼 번지점프를 하거나 인도네시아의 어느 소수 부족처럼 날카로운 바늘로 문신을 새기지 않는다. 성인식은 없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지난한 성인식이 아닌가 싶다. 극적인 성인식은 없지만 우리는 각자 부서지고 고통스러워하고, 이내 튼튼해지면서 조금씩 어른이 된다.

김규백(문과대 사회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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