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입학한 2004년도는 불과 16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즘과 비교하면 꽤 큰 차이가 느껴진다. 2004년도는 Facebook이 막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고 (그 당시는 대학생만 계정을 만들 수 있어서 친구들과 모여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iPhone보다는 iPod(요즘 학생들은 iPod이 뭔지 알까 모르겠다)을 더 많이 들고 다녔고, 최신 핸드폰의 기준은 컬러화면과 벨 소리(32화음인지 64화음인지)였으며, 싸이월드와 도토리가 더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요즘 학생들이 들으면 나를 옛날 사람 취급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만큼 내가 성장한 속도보다 시대가 더 빠르게 변화해왔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변화해 왔지만,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친구들이다.

 

 

  나는 대학을 외국에서 다녔고 친구들과 함께 자취했었다. 우린 서로 전공이 달랐지만 같은 기독교 동아리에서 만났고 마음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냈다. 우리 넷은 외모나 스타일, 체격이 서로 비슷해서 같이 다니면 친척이냐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대학 시절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할 때에도, 공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속상할 때에도,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에도 항상 이 친구들이 옆에 있었다물론 같이 살면서 사소한 일로 서로 삐치는 일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지만 이런 에피소드는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사실 외로웠던 유학생활 동안 이들은 나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하였고 공감해왔다. 각자 짝을 찾아 결혼하고 서로 다른 곳에서 자기 일을 하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그때의 추억을 나누고 오늘의 고민을 나눈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다. 특히 서로의 찌질한 과거와 역사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것, 옛날 일을 일일이 다 설명하고 설득시킬 필요가 없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매우 편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여름, 우리는 부부동반으로 모교를 방문했다. 넷이었던 우리가 이제는 아홉(8+우리 아들)이 되어서 돌아온 모교의 느낌은 새로웠다. 그때 그 시절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학교가 그렇게 크게 느껴졌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그때의 착시현상이었나보다. 졸업 후 16년 동안 내가 겪은 바로는 인생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오히려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크고 좋은 것을 선사할 때가 많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도 현재의 불확실함에 불안해하지 말고 인생이 선사할 뜻밖의 선물을 기대하며 지내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대학시절 좋은 벗을 만나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기를 바란다.

 

 

오하나 교수·보건정책관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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