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건의 연속이다. 이달 초 서울시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잔인하도록 집요한 한 입주민은 해당 경비원을 보름여 간 폭행했다. 경비원은 억울함을 유서에만 남겼다. 비슷한 시기, 용인시 소재 아파트단지에선 한 주민이 택배기사 형제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형제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두 사건은 모두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갑질 피해는 드문 일이 아니다. 2019년 서울시 경비노동자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부당대우를 겪었냐는 물음에 경비원 5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8번씩 입주민 갑질에 시달렸다.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에선 택배기사 57%가 고객의 폭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폭행은 6.2%.

  이들은 저항하지도 못한다. 택배기사 77.2%는 부당한 상황에서도 그냥 참는다고 했다. 경비원 역시 속수무책인 건 마찬가지다. 고객 악평 하나에, 입주민 항의 하나에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 지근거리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이들은 그래서 항상 갑질에 취약하다.

  그간 갑질 문제를 해결하려 고객응대근로자 보호법등의 제도가 마련됐으나 아직 미진하다. 모두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둬 근본원인을 짚지 못 했다. 고객이 일자리를 쥐고 흔드는 이상 경비원과 배달기사들은 맞고 모욕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 갑질 고객은 이걸 알고 폭행과 폭언을 휘두른다. ‘들의 취약한 상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갑질 문제는 반복된다. 이번 비극들에 대한 반성의 결론도 처벌 강화로만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제도적 보호책 역시 중요하지만 일선 시민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만큼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것도 없다. 우리가 대하는 태도가 곧 경비원과 배달기사의 노동환경이다. 시민 대부분은 노동자지만 간혹 자기 앞에 선 사람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는 듯하다.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아파트는 주민들이 나서서 경비원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했다. 계약서에선 갑과 을이란 단어 대신 동행이란 말을 썼다. 이런 곳에선 설령 갑질이 일어나더라도 저항하는 데 일자리를 각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동체의 작은 변화가 켜켜이 쌓여 세상은 더 좋아진다. 갑질을 방지하는 정책의 비전도 이를 지원하는 데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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