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술김에 쌓아뒀던 불만을 터뜨리며 집을 나왔다. 5월이 끝나가는 지금, 아직도 가출 중이다.

  싸움의 발단은 술이었다. 엄마는 술자리로 인해 연락이 되지 않은 나를 나무랐다. 나는 통금시간 안에 들어오면 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술 약속을 다 취소하라는 말에 언제까지 잡혀 살아야 하냐’, ‘통금 시간이 있는 것도 싫다고 얘기했다. 엄마는 부모의 경제적 울타리 안에 있으면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했다. 용돈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내가 다 벌어쓰지 않냐고 반박했고, 엄마는 그럴 거면 엄마가 사 준 핸드폰이랑 노트북 다 두고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내가 산 옷들만 몇 벌 챙겨서 집을 나왔다.

  집을 나와 살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 왕복 2시간 30분의 통학은 활발하게 학교생활 하는 내게 시간과 체력 낭비로 느껴졌다. 이제는 가능해 보였다. 신문사 컴퓨터와 쉐어 하우스, 모아둔 돈, 그리고 아르바이트. 이 정도면 일단 한 학기는 버틸 것 같았다.

  엄마는 내게 늦은 사춘기가 왔다고 했다. 엄마의 말처럼 놀기 좋아하는 대학생의 반항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출을 가볍게 생각하진 않았다. 진정으로 독립할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가출했다고 해서 가족과 연을 끊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아빠께 그날의 버릇없는 언행과 막무가내로 집을 나온 것을 먼저 사과했다. 엄마아빠도 들어오라고 해도 네가 들어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힘들다면 괜히 끙끙대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얘기했다. 노트북과 핸드폰도 주셨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고 했던가. 가출 생활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수업에, 알바에, 과제에, 신문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라인 강의 시행으로 자취의 장점도 사라졌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알바 세 개를 하니 시간과 체력은 통학할 때보다 더 소모된다. 독립기를 유튜브에 올리려고 했지만, 유튜브 할 시간조차 없다. 채널만 만들어두고 방치 상태다. 놀 시간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행복하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서, 집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건 정신적 독립이 아니었을까. 역시, 다음 학기에도 나와 살아야겠다.

 

이지원 미디어부장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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