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준 한양여대 교수· 세무회계과

  공익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리법인과 구별된다. 국세통계연보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수는 약 34000 개인데 종교법인이 약 52%를 차지한다. 그밖에 사업목적별로 학술·장학, 기타, 사회복지, 교육, 예술문화, 의료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과세목적으로 구분되는 공익법인의 범주 외에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민간단체까지 포함한다면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의 범위는 훨씬 광범위해진다.

  최근 몇몇 공익법인과 관련하여 회계부정의혹이 제기되며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는 의혹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어떤 관계자가 국세청 공시는 입력하는 과정에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약간의 실수로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계는 결코 실수오류가 쉽게 용납되는 영역이 아니다. ‘실수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이중삼중의 자기검증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회계이다. 따라서 사실관계를 떠나서 적어도 회계에서 실수오류죄악에 다름 아니며, 그 자체만으로도 엄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행위이다. “회계상의 실수나 오류는 별것 아니다라는 식은 대단히 위험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실수오류는 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릴 뿐 아니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수오류를 주장하는 경우 실제로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된 행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그러한 불미스런 일의 근본 원인은 도덕적 해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도덕적 해이는 견제시스템이 미치지 않는 공간을 여지없이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이것이 공익법인의 회계와 관련하여 적절한 견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견제장치는 실효성 있는 외부감사제도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외부감사대상의 확대가 가장 실질적인 대안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9년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외부감사제도가 일부 보완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익법인은 정부나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만으로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준공공재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익법인은 설립자가 출연한 재산 외에 기부금, 보조금 및 기타의 수익사업수익으로 운영된다. 그 중에서도 후원금과 같은 기부금은 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금과 함께 주된 자금공급원이다. 따라서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은 건전한 기부문화를 촉진하고 보조금 지급의 명분을 확보해 줌으로써 준공공재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회계투명성이 지향하는 바가 영리법인의 경우 투자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이익보호라면, 공익법인의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보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외부감사제도는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체계적인 감독체계를 갖춘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의 경우와 비교할 때 여러 측면에서 미흡하다. 2017년에 공익법인회계기준이 제정되고 공익법인에 대한 외부감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는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의 회계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회계분야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영리법인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회계투명성 평가부문에서 63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받았다. 2018년에는 62위였다.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회계신인도가 경제규모나 국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개선하려 수년째 계속 노력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 근본적 원인이 회계부정의혹을 회계상의 실수오류로 해명해보려는 우리의 시대착오적 의식구조와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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