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 - <돌덩이>

  나는 돌덩이. 뜨겁게 지져봐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거세게 때려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등장인물 마현이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트렌스젠더임을 고백할 때 배경에 깔린 시다. 나는 꼼짝 않는 돌덩이니까 얼마든지 때려봐라 자신 있게 말하는 용기가 마냥 부러웠다. 어렸을 땐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뜨겁게 지져도, 거세게 때려도, 깎이고 깨져도 견디는 단단한 돌덩이가 되는 줄 알았다.

  가수 하현우가 부른 이태원 클라쓰’ OST ‘돌덩이는 앞서 언급한 시를 모티브로 한 노래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인생이 바닥을 칠지언정 편한 길로 가로질러 간 적이 없다.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지켰다. 신념의 기회비용은 눈물, 인내, 아픔이다. 보여주기식 신념이 아닌 진짜 신념을 지키고 살아가기에 세상은 배려 없고 무자비하다.

  이 넓은 세상에서 때때로 우리의 신념이 하찮아 보일 때가 있다. ‘이번 한 번만이란 생각으로 세상과 타협할 때도 있을 테다. 그 순간엔 분명 편하겠지. 하지만, 그 한 번들이 모여 사람은 변한다.

  “감당할 수 없게 벅찬 이 세상, 유독 내게만 더 모진 이 세상.” 단단한 마음이래도 약해질 때가 온다. 이제 겨우 대학생인데,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듯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고 더 성숙한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새벽에 혼자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놀란 숨을 들이쉬기 전까지는 그랬다. 중요한 건 나이도 시간도 아니었다. 단단한 돌덩이일지라도 깎이고 깨지면 아파서 운다. 그런데도 신념은 다시 일어나 버틸 용기를 준다. 다음엔 덜 아플 거라고, 더 씩씩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속삭이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가족, 사랑, 평화, 뭐든 좋다. 노래 가사처럼 나 자신과 내 소신을 믿고,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거다. ‘이 길 끝에 서서 크게 한 번, 목이 터져라 울 수 있을 때까지.’

 

김민주 기자 itz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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