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좋은 날, 거리 두기에 지친 사람들도 바깥 공기를 쐬러 문밖으로 나섰다. 중앙광장 잔디를 디디며 느끼는 간만의 자유. 습기 품은 바람에 다가오는 계절도 언뜻 비친다. 뜨거운 햇살 탓인지 20SK미래관 앞 오엽송의 연녹색 새순은 유난히 길어 보였다.

  토시와 스카프로 햇빛을 가린 조경공들은 얇은 겉옷을 빼입고 거니는 행인과 사뭇 대조됐다. 조경공은 사다리에 올라 기다란 양손가위로 튀어나온 새순을 자르고 죽은 잎을 털어냈다. 여름이 오기 전, 가지치기를 마치려는 조경 담당 직원들을 만났다.

 

  죽은 가지 보내고 산 가지 다듬고

  조경공들은 양손가위와 장대를 들고 나무를 손보고 있었다. 전지와 전정은 수목의 생육이 활발해지는 4~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지는 죽은 가지를 제거하는 일, 전정은 균형 있는 수형을 가꾸기 위해 살아있는 가지를 다듬는 일을 말한다. 본교 조경을 관리하는 진솔조경 강성환 소장은 안에 밥(죽은 잔가지와 잎들)이 많으면 통풍이 안 되고 병해충이 자주 생긴다고 설명했다.

  키 큰 나무는 사다리와 가위로 정리할 수 없다. SK미래관 앞 보도에서 깊숙이 들어간 풀숲에서 조경공이 단풍나무 등의 교목류 가지를 고지톱으로 꺾어내고 있었다. 2.5m 정도 길이의 막대기를 죽은 나뭇가지에 걸고 당겨서 부러뜨리는 일이다. 무심한 듯 당기는 조경공의 손짓에 나뭇가지들이 하나하나 맥없이 끊어졌다.

  어떤 가지를 자르고, 어떤 가지를 살릴지 정해진 기준은 없다. 조경공의 미적 감각과 손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한번 가지를 잘못 자르면 수형은 돌이킬 수 없게 변한다. “결국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가지를 자르기 때문에 감이 정확한 분이 손을 대야 나무가 예뻐져요.” 지금 작업하는 조경공도 경력이 30년은 넘은 베테랑이라고.

조경공이 SK미래관 앞 오엽송에 자라난 새순을 양손가위로 잘라내고 있다.

 

안심하고 즐겨도 좋습니다

  같은 날 정오 자연계 캠퍼스 입구 쪽 로터리에서는 제초제 살포가 한창이었다. 진솔조경 김명석 과장은 제초제가 든 통을 지고 왼손으로 펌프질을 했다. 오른손에 잡은 노즐관을 움직이면서 손바닥 크기의 잔디밭에 약을 뿌렸다. 배부식(背負式) 수동 분무기다.

  넓은 면에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는 전동 장비는 주변에 약품이 날릴 수 있고, 소리도 시끄러워서 한낮에는 쓰지 못한다. 점심시간을 맞아 주변에는 양복 차림의 교직원들이 지나다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힐끗 쳐다보는 이도 있었다. 김 과장은 코로나 방역 작업인지, 몸에 해롭지는 않은지 묻는 분들이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명석 과장과 조경공은 특정 잡초만을 제거하는 선택성 제초제를 주로 사용한다. 모든 풀을 죽이는 전멸제초제(비선택성 제초제)와 달리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적다. 김 과장은 오늘처럼 맑은 날에는 제초제 살포 후 30분 정도 지나면 사람이 앉아도 상관없다며 땀을 닦았다.

 

수동 분무기로 제초제를 뿌리고 있다.

 

  최근에는 비 소식이 많아 작업을 못 하는 날이 많았다. 모처럼 맑은 날을 맞아 김 과장은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출근 시간은 오전 8시지만 더위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다. 어제 못한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지만 기분은 좋다.

  “고려대 조경은 잘 관리되는 편이에요. 지성인들이 모여서 그런지 수목에 상처주는 일은 안 하네요.(웃음)” 강성환 소장은 연거푸 본교 조경을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시원하게 웃는 강 소장 뒤로 한 연인이 나무그늘 밑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햇볕을 가려주고 바람을 부르는 적당한 각도, 다 그들의 가위질 솜씨였다.

 

최낙준 기자 choigo@

사진양가위 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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