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행사 취소에 울상

“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5월부터 선배·동기 알아가는 중

 

  이렇게 불쌍한 새내기들이 또 있을까. 힘든 수험생활 끝에 고려대에 합격했건만, 학과 행사뿐만 아니라 응원오티, 합동응원, 대동제, 입실렌티까지 1학기의 굵직한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20학번 새내기의 로망은 상상 속 얘기가 됐다. “대학교 첫 축제도 즐기지 못한 채 벌써 5월이 끝나가다니, 허탈해요.” 장은지(문과대 불문20) 씨가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0학번은 자신만의 새내기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거나, 선배와 설레는 첫 밥약을 하는 새내기도 있다. 뉴노멀한(New Normal)한 대학생활을 보내는 20학번 새내기들을 만났다.

 

  -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장은지(문과대 불문20)저는 기숙사에 들어와서 살고 있어요. 기숙사가 집처럼 편하고 룸메이트와도 너무 잘 맞는답니다. 룸메이트와 매일 맛있는 안암식당 도장 깨기를 하고 있어요. 밤에는 학교 산책도 하며 잘 지내는 중입니다.”

  박현아(문과대 영문20)저도 기숙사 생활 중이에요. 듣는 수업은 모두 한 학기 온라인 강의지만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선배와 동기들이 보고 싶어서 상경했어요. 비록 부모님과 비용 문제를 두고 갈등했지만, 지금은 제 기숙사 라이프에 만족합니다. 룸메이트와 가족처럼 친해졌고 댄스동아리 활동도 너무 재밌어요. 같은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춤추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너무 설렙니다.”

  한민규(공과대 기계20)공대 새내기 한마당 행사를 마지막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지 4개월이 돼 가네요. 1학기가 전부 온라인 강의라서 현재는 계속 집콕 생활 중이랍니다. 계속 집에만 있어 심심하고 우울했지만, 드디어 학과 점퍼 배부가 시작돼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캠퍼스를 둘러볼 계획입니다. 무척 기대됩니다!”

이연재 씨는 만우절 ‘중짜’는 못 했지만, 동기와 교복을 입고 학교를 구경했다.

 

  - 선배와 밥약(밥 약속)은 했나

  장은지(문과대 불문20)저는 초··고부터 대학교까지 같이 다니게 된 선배와 첫 밥약을 했습니다. 그동안 선배가 너무 많이 밥을 사 주셔서 이번엔 제가 점심과 저녁을 사드렸습니다. 이것도 밥약이라고 하나요?(웃음) 그때 처음 안암에 와서 학교 구경하고 참살이길도 둘러봤는데 이렇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못 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연재(문과대 사학20)저는 저희 과 비대위장 선배와 첫 밥약을 했어요. 새내기배움터가 취소돼서 대신 과끼리 한 번 모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실수로 돈을 두 번 보내드렸어요. 그걸 계기로 밥약을 하게 됐죠. 밥을 먹고 인문캠부터 이과캠, 기숙사까지 캠퍼스 투어를 했는데 등산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날 집에 가서 만보기를 보니까 만 보를 넘게 걸었던데요?”

  김규리(사범대 영교20)저는 수강신청 날에 뻔선배와 첫 밥약을 했어요. 수강신청도 떨리고 첫 밥약이라 전날부터 완전히 긴장한 상태였어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언니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언니 얘기를 통해 대학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댄스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박현아 씨

 

  - 코로나로 점철된 새내기생활, 아쉬운 점은

  기경민(인문대 고미사20)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행사가 모두 취소돼서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어요. 살면서 학교에 아는 사람이 이렇게 없었던 적이 처음이라 굉장히 낯설답니다. 얼른 동기들과 친해지고, 과 선배들을 만나서 전공 공부도 물어보고 싶어요.”

  조대훈(정보대 컴퓨터20)대학에 합격했을 때 고대만의 끈끈함으로 동기, 선배들과 친목을 다질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개학과 동시에 많은 선배들과 밥약 하며 4월까지 점심값을 내지 않을 계획도 있었는데. 한번뿐인 새내기 생활을 이렇게 보내서 아쉽고 내년에 들어오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알려줄지 걱정도 들어요.”

  이현민(미디어20)동기 얼굴을 못 봐서 아쉽지만, 그래도 자취를 시작하고 대면 강의를 하면서 선배들과 밥약 하고 동아리나 SNS 등을 통해 동기와 안면을 텄어요. 최근엔 과방에서도 자주 만나요.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동기들과도 얼른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 한번뿐인 새내기, 꼭 하고픈 게 있다면

  장은지(문과대 불문20)연애요(웃음). 맨날 하고 싶었던 거긴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미팅, 소개팅도 못 나가보고 너무 아쉬워요.”

  강다윤(문과대 영문20)고연전을 제일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유튜브에 올라오는 고연전 영상들로 동기부여를 받았거든요. 몇몇 선배들이 반수 하려다가 고연전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말씀을 해 주셔서 더욱 기대가 돼요.”

  이연재(문과대 사학20)저는 만우절 날 중앙광장에서 짜장면이요. 비록 올해는 중짜 행사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대로 친구와 교복을 입고 정문에서 사진만 찍었지만 다음에는 꼭 동기들과 중앙광장 잔디에 둘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에 짜장면 한 그릇 하고 싶어요.”

  김영준(보과대 보건환경20)새내기라면 누릴 평범한 일상을 꿈꿔요. 과잠 입고 동기들과 수업 듣고 밥 먹고 노는. 오프라인 개강을 하면 현장에서 듣게 될 자유정의진리수업도 기대가 됩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교류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설레네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공격에 아쉬움으로 가득 찬 새내기의 봄, 그래도 앞날은 창창하다. 즐길 일만 남은 20학번의 대학생활을 응원한다.

 

글 | 이승은 기자 likeme@

사진제공강다윤, 박현아, 이연재, 이정호(사범대 지교20),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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