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민주당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마디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 행사에서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가 문재인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연호했던 말이다. 사건의 면면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있지만, 이 한 마디는 소수자 의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행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자리였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페미니즘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차별에 반대하는 진보적 가치에 공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 민주당은 거대 양당 중에서는 분명히 왼쪽에 서 있고, 그만큼 약자와 소수자 의제에서 손을 털어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부끄러운 위성정당 하나를 붙여 180석을 확보했다. 패스트트랙 상정과 법안 통과는 물론이고 필리버스터 저지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민주광장>의 주제는 ‘21대 국회에 바란다였지만, 국회가 아니라 민주당에 바라는 것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거 다할 수 있는 의석인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집권여당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걱정부터 앞선다. 성 소수자의 권리 논쟁은 불필요하고’, 장애인들은 의지가 약하며’,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한다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민주당이 여성과 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거듭 확인시켜주려는 듯한 정도이다.

 물론 민주당은 빅 텐트 정당이다. 보수 기독교를 비롯한 몇몇 지지층의 반대를 짊어지기는 부담스럽다. 민감한 사안 하나 때문에 표를 깎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들의 표 때문에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할 생각이 없다면 나름 진보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자신들의 착각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차라리 솔직해지길 바란다. 실은 의석이 더 중요하다고, 그들을 설득할 자신도 의지도 없다고, 그리고 약자에게 무자비했던 자신들의 지난 모습들도 실은 진심이었노라고 고백하길 바란다.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면, 이제 민주당에 나중은 없다.

 

양지우 (문과대 사회16)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