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은 철저히 능력에 따라서만 평가받아야 할까. 아니면 각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평가받아야 할까. 이것은 쉽게 말해, ‘비례평등간의 싸움이다.

 사회의 공정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공정의 양면성에 주목해야 한다. 비례의 세상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자연스레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평등의 세상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더 많이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 공정성의 원칙 하에서도 상반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입시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비례적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농어촌 전형은 옳지 않지만, 평등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농어촌 전형은 옹호될 수 있다. 명백히 비례의 원리를 어겼지만, 농어촌 전형이 폐지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최소한의 교육 평등을 실현하고자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한 제도기 때문이다. 비례와 평등 간의 상충이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완화되는 셈이다.

 진정한 공정을 추구하기 위해선 비례와 평등이 적절한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 비례의 원리에만 충실한 공정은 사회의 불평등을 존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와 가난이 세습되는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곧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돈 많은 강남 학군의 학생이 고액 과외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평등의 공정을 배제한 채 비례에 매몰되다보면 능력의 세습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비례의 원리는 최소한의 평등이 보장된 상황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거다. 시급한 건 공정이 아니라 평등이다. 평등한 세상이어야 비례의 원리를 따질 수 있다. 소위 199의 양극화 사회에서 우선돼야 할 조치는 비례가 아니라 평등이다. 사회적 약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소한의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한 사회 취약계층들에게 엄격한 비례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나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박성수 시사부장 park@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