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개선하자고 한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간 법사위는 이 기능을 이용해 국회에서 사실상의 상원(上院) 위치를 차지했다.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에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는 법안에 모호한 조문은 없는지, 다른 법 규정과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 따진다. 체계·자구 심사다. 문제는 법사위가 권한을 남용해 유불리에 따라 법안을 왕왕 계류시킨다는 거다.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이미 합의 본 법안마저 무작정 미룬다. 내용에 손대는 경우도 예사였다.

 ‘상임위 중심주의인 한국 국회 특성상, 소관 상임위에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며 따질 것은 대부분 따지게 된다. 굳이 법사위가 중간에 껴서 법안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제처나 국회사무처에 넘겨 이런 옥상옥 구조를 깨야 한다. 국회에 법조인이 부족하던 정부수립 초기인 19512대 국회 때 도입된 이 제도는 오늘날엔 맞지 않는다.

 17대 국회부터 법사위 위원장 자리는 야당이 맡는 게 관행이었다. 정부 견제가 취지다. 21대도 관행대로 이어진다면 미래통합당이 법사위장 몫을 차지할 테다. 지금 김태년 원내대표가 법사위를 뜯어고치자고 연거푸 소리 높이는 속사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부양하고 각종 개혁입법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법사위가 야당 몫이 되면 걱정일 테다. 반대로 의석수가 적어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단 하나가 절실한 미래통합당도 섣불리 체계·자구 심사권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이 교착상태를 풀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자신이 여당일 때마다 법사위 개편을 주장했던 걸 기억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지금처럼 법사위, 예결위 위원장 등 주요한 위원장 자리를 다 갖겠다고 하기보다는 큰 거 하나를 양보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법사위는 그동안 문지기처럼 법안을 가로막아 세우며 대결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기회에 좋은 의회정치를 펼쳐갈 초석을 다지자. 21대 국회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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