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면서 과거의 추억과 선택, 그리고 그 결과인 지금의 나를 바라봤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92학번으로 처음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에 사회는 많은 격변을 거치고 있었다. 민주화가 시작되며 대학 내의 문제와 학생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시에 소위 공부하자!’라는 학구적인 분위기도 시작되던 시기였다.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창의력보다는 주입식 공부가 많았던 중·고등학교의 시절을 거치고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대학의 문을 들어선 그때.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도 나오는 호기심과 설렘, 넘쳐나는 자유의 새내기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순수했고 환하게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재작년 즈음 캠퍼스를 가족들과 함께 거닐어 보는 기회가 있었다. 세련되어진 캠퍼스를 소개하며 어느덧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나 자신과 이제 청춘의 꽃을 피우는 학생들의 모습에 어느 정도의 부러움과 그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십 대의 시기는, 어느 세상 누구나 마찬가지로, 깊은 고민과 어려움 또한 함께하고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아직 사회에 남아있는 혼돈 속에서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불안해하고 방황하기도 했다. 그 당시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학과나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한 술 한 잔의 진한 추억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재학 시절 이원호 교수(오른쪽)가 태권도부 동아리 부원들과 뒷풀이를 하고 있다.

 

  청춘의 열정과 고뇌, 그리고 좋은 학점과 취업이라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하는 산들은 비단 그 당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선배들과 동기를 거쳐 지금의 학생들에게 이르기까지 누구나 겪으리라 생각한다. 이십몇 년이 지난 지금,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사회 분위기도 다양성과 진보를 향해 바뀌어 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사회의 구성원으로도 감당해야 할 어려움은 항상 있다.

  나도 입학 이후 가정형편상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고, 학년이 올라가며 해마다 떨어지는 학과 취업률에 실망했으며, 졸업 시기에 맞추어 IMF라는 국가적 난관을 만나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깊은 자책과 주변에 대한 약간의 푸념도 함께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나와 주변 동기들은 더욱 학업에 매진했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 도전하였다. 졸업한지 20년이 넘어가는 지금, 함께 고생했고 지금은 사회 속의 다양한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기와 선후배를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 대학 캠퍼스에도 지난 과거 세대보다 더 총명하고 발전하는 대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경제, 취업, 건강 문제 등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으로 고생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회의 중역이 되어가는 선배들이 있었으며,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 진정으로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사회적 지위로는 판단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들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이원호 보과대 교수·보건환경융합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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