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일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하늘로 쏘아 올렸을 때인류는 희망도 함께 봤다. 바이러스가 꿈까지 앗아가진 않았다. 21세기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인류는 미지의 영토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2002년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산업계의 웃음거리였다. 몽상가, 거짓 희망, 허세. 일론 머스크를 묘사하던 단어들이었다. 스페이스X는 전례 없는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2012년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꿈, 비전, 그리고 자신감이다. 크루 드래곤은 불가능을 향한 도전정신의 소산이다.

  고대생 중에도 일론 머스크가 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고대생은 드물 테다. 안정성이 지금 청년세대가 바라는 최고 가치다. ‘실패하면 끝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고대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하다. 소위 명문대생에게 사회가 기대하는 직업이 있다. 대기업 직원, 회계사, 법조인. 여기서 이탈하면 이상히 여긴다. 그래서 우수한 고대생은 너도나도 자격증 시험을 보거나 로스쿨에 진학하려 한다. 이 안정적인 진로들을 택하는 건 최대한 실패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판단인 경우가 많다. 두 분야에 고대생이 많이 진출하는 걸 마냥 자랑스러워 할 수 없는 이유다.

  모두가 안다. 실패 시 안전장치가 없는 한국사회에서 과감히 도전하기는 어렵다. 도전정신이 싹트게 하는 시스템을 하나하나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스스로 해낼만한 것이 있는데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고려대의 교육과정부터 되돌아보자.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지, 아니면 주어진 암기시험과 과제에 급급하게 하는 건 아닌지. 여러 차례 혁신을 외친 고려대지만, 아직 교육에서 대대적 전환을 이끈 적은 없어 보인다.

  학생들은 시야를 넓혀 더 많은 선택지를 상상하고 경험하길 바란다.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살라는 철학자 라캉의 격언도 상기해봄직 하겠다. 주어진 궤도에서 이탈했을 때 일론 머스크는 갖은 냉소를 마주했지만, 결국 그는 크루 드래곤을 우주 궤도에 올렸다. 우리가 가진 역량이면 실패해도 은 아니다. 고대생이란 이름은 제약조건이 될 수도,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이건 오로지 우리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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