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내려준 신체 기관. 눈 있고, 귀 있고, 코 있고, 입 있고. 그리고 마스크. 마스크 쓴지 넉 달도 넘었으니 이쯤 되면 신체의 일부라 생각해도 되지 않겠소. 원래 달려있던 것들은 뚫려있었소.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귀는 뻥 뚫려서 시시콜콜 이야기 다 들었소. 신문(新聞) 만드는 작자들도 그렇소. 콧물 찡하다가도 입에선 스트레이트 형식의 뻣뻣한 소리만 튀어나오는 사람들.

○…마스크는 틀어막는 재질. 일단 바이러스를 막는 건 의심 않겠소. 근데, 그동안 뚫려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기관을 틀어막았소. 입을 틀어막으니, 미소 띤 얼굴을 가리고. 코를 틀어쥐니, 도처에 맴돌던 사람 냄새도 안녕이오. 입에서 입으로 오가는 이야기를 귀로 담는 작자들의 입장에선 곤욕이었소. 뭐라도 들으려면 마스크를 벗겨야 하니. 그게 힘들어 몇은 도망도 갔소.

○…허나 마스크에 감춰진 이야기들은 거룩하오. 아무리 거리를 두더라도 다 같이 힘들고, 고생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모든 세상이 알지 않소. 마스크를 벗겨 본 적 없는 사람은 모를 감정이오. 숭고하게도 지면을 빌려 오늘의 우리를 기록하오. 한 학기, 우리에게 기꺼이 마스크를 내어준 그대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소. 돌아올 땐, 마스크 필요 없는 세상에서 만납시다.

이선우 취재부장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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