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서울역에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 발생했다. 길을 가다가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한 남성이 여성을 폭행했다. 피해자는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사에 진척이 없자 자신의 SNS로 이를 공론화했다.

  이 사건은 일 평균 유동인구가 수만명이 넘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 약자인 여성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역 폭행 사건 피의자는 먼저 시비가 붙은 남성은 그냥 보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도 가해자는 앞서 화장실에서 나온 남성들을 지나보냈다.

  서울역 폭행 피해자는 직접 올린 SNS에서 자신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어도 이러한 일을 당했겠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안상원 광운대 범죄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약 56%로 남성에 비해 더 높았다. 이런 양상은 묻지마 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검찰청에서 공개한 2018년도 범죄분석은 흉악 강력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치안 강국인데도 여성 50.3%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이유다(서울시 성인지통계).

  위험하니까, 사회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계속해서 강요한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들었던 잔소리가 있다. ‘짧은 치마는 안 돼.’ ‘늦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 ‘여자가 술 많이 마시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을 알기에 받아들였던 말들이지만, 여성이 유독 더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사전에 주의하라는 것인데, 어째서 범죄가 저지르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닌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 됐는지 모를 노릇이다.

  오늘도 많은 여성들은 무사 귀가를 꿈꾼다. 4년 전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었던 포스트잇 속의 메시지처럼, ‘여자도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싶다.

 

최은영 사진부장 emil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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