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네 생각은 어때?”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내가 두 번째로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너 왜 이렇게 생각이 없니?”. 자고로 나의 생각=를 의미하기에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이라 첫 번째 질문을 받으면 머리끝이 쭈뼛 서며 긴장이 된다. 그리곤 생각이 없는 아이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질문을 받기 직전까진 없던 생각과 나의 의사를 급조하여 대답하곤 한다.

  아주 예전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로 했다. 첫째로 어느 것에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편하다. 하루하루가 편하고 심지어 평온하기까지 하다. 둘째로 조직 내에서 상사가 나와 생각이 다른 경우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회사에 주요 임원이 되었을 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사실 아무 생각도 없고,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아무 상관이 없지만, 적당히 나의 의사가 있는 것처럼 어필한다. 그리고 결국 상사가 원하는 방향을 이야기하면 아 그런 생각은 못했었는데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라고 대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화는 상대방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다. 그런데 요즘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점점 공허해지는 것을 느낀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 몇 년 전 회사 독서토론 동아리에 잠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이 낯선 분위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서로 말하고 싶어 하니 내가 나서서 말하지는 않아도 되고 타인의 생각을 다방면으로 들을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곳이 많지 않아서 그런 모임의 자리를 빌려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한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생각도 많고 말할 곳도 또 시간을 내어 들어줄 곳도 많은 이때를 최대한으로 누렸으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말해 보기를 바란다. 성공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그러라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좀 더 깊이있게 채워줄 양질의 대화가 많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혹시 나처럼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그대가 그때 그런 생각을, 고민을, 대화를 했었지 하고 떠올릴 추억의 순간이 있기를 바라며.

<Is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