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멸망해 모조리 없어진다는 뜻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몰락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박원순 시장의 사망을 두고 도덕적 정치인의 몰락이라 말한다. 하지만, 죽음으로 얼버무린 몰락을 과연 온전한 몰락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서울시장의 성범죄 의혹’.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듣지 못했고, 사건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직접 조사도 불가능하다.

  죽음으로 인한 당사자의 부재는 남은 사람들의 의심만 부풀렸다. 그를 향했을 손가락질에 대한 대답으로 죽음을 택한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 상상력만 자극시켰다. 암묵적으로 도덕적 부패를 인정한 걸까. 죽음은 진실을 영원히 가렸다.

  몰락은 변화를 동반한다. 누군가 무너지면 새로운 누군가가 부상한다. 몰락을 초석 삼아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고, 부상할 누군가는 몰락했던 과거의 자신일 수도 있다. 그가 목숨을 투신하지 않고 어떤 의혹에도 당당히 맞섰다면 어땠을지 아쉬움도 남는다.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서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몰락에 맞서는 모습이다. 자신을 둘러싼 비난을 흡수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잠시 쉬어갔다면 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서울에 부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나 몰락을 대신한 죽음은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정의롭게 몰락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고 부상의 가능성을 잠재웠다.

  생명의 중단에 마냥 무감각할 수는 없다. 소중한 목숨이다. 목숨을 내버리면서까지 지키고 싶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인에게 묻고 싶다. 죽음으로 애매하게 매듭지어진 사건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정치인들에게 전하고 싶다. 눈앞에 펼쳐질 몰락이 두려워 소중한 목숨으로 그것을 대신하지 않기를.

 

조영윤 기자 dream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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