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제 앞으로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4KBS 19기 공채 개그맨인 유세윤 씨를 비롯한 많은 희극인들은 개그콘서트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SNS로 전하며 아쉬워했다. 626, 공중파에서 유일하게 스탠딩 코미디의 명맥을 지키던 개그콘서트가 1050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개그콘서트는 한때 최고 시청률 35%까지 올랐던 한국 개그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다. 성공을 꿈꾸는 희극인의 필수적인 등용문이었다.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는 유명 예능인 중 개그콘서트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드물 정도다. 개그맨 양상국 씨는 아무것도 볼 것 없던 나를 스타로 만들었다라고 하며 개그콘서트 전성기 시절을 회상했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재미없어서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옮겨가는 플랫폼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 재미를 놓쳤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허나, 대중들은 개그콘서트를 유튜브로 내놔도 보지 않았다. ‘Fun이 아니라 XX 뻔뻔해서 뻔타스틱인가요?’ 유튜브 영상 댓글에 달린 냉철한 분석이다. 플랫폼을 바꿨지만 새로운 개그’, 변화의 코드를 잡지 못해 재미를 되찾지 못했다. 개그콘서트의 박성호 씨는 새 패턴을 발굴하지 못한 것 같다“21년간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분들도 그 패턴을 습득했고 내성이 생겨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개그의 신선도를 문제로 봤다.

  개그콘서트의 희극인에겐 향수만 남았다. 일요일 밤의 엔딩 곡만큼 저릿한 심정일 테다. 그들에게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끔찍한 월요일의 시작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작은 시작이다. 개그맨과 예능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지금, 지상파 공채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진짜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는 기회다. 일요일 밤뿐만 아니라 24시간 대중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한국 코미디가 발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은지현 기자 silver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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