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 ‘간호대 증원은 국가 책임하에 지역과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간호사 양성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대한간호협회(간협) 명의로 올라왔다. 간협은 지역의사 도입 방식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정책이 지역의 공공·필수·중증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간호 인재육성을 위한 국·공립 대학 중심의 간호대학정원 증원, 지역간호사제 도입, 정규직제 간호정책 전담부서를 조속히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간호사 준비생과 젊은 현역 간호사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입학정원 증원을 반대한다는 익명의 국민청원으로 모인 그들의 목소리는 간호학과 입학증원 반대’, ‘대한간호협회 직선제등 실시간 검색어로도 가시화됐다.

 

 

   꾸준한 증원에도 부족한 간호사인력

  간호대학의 입학정원을 증원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수도권 병상의 급격한 증가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돼 간호대학 정원을 대폭 늘려 꾸준히 증원해왔다. 그 결과 200855244명이었던 재학생 수가 201911383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매해 2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간호면허를 취득하며 신규간호사로 배출되고 있지만, 증원이 무색하게 실제 임상 간호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간호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할간호사가 부족한 것이죠.” 대학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 이모 씨는 입학정원 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절대적인 간호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호사들이 임상에서 떠나는 것이 인력 부족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간호서비스와 간호인력정책을 연구하는 조성현(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도 문제의 핵심으로 업무량을 꼽았다. 실제 OECD가 발표한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병원들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OECD 평균(4.7)의 세 배에 달한다.

  반면, 기준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은 6.9명으로 OECD 평균(9.0)보다 23% 낮았다. 2020년 현재 국내 활동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2명으로,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조 교수는 간호사 한 명이 실제로 맡아야 하는 환자의 수가 OECD 평균을 한참 웃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 처우, 지방은 더욱 열악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현역 간호사의 이직률도 높다. 2019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간호사 이직률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이직률은 연간 15.5%, 그중에서도 특히 1~3년 차 간호사의 비중이 66.6%로 저년차 간호사의 이직률이 두드러졌다. 간호사 차모 씨는 혼자 10명 이상의 환자를 간호하다 지쳐 이직을 결심했다. “펑셔널(Functional, 기능적 업무 분담)일 땐 낮은 연차인 간호사가 환자의 모든 간호업무를 수행해야 하죠. 무리한 교대근무로 건강이 악화된 간호사는 퇴사하고, 빈자리에 입사한 신규간호사가 또다시 퇴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예요.”

  지방에 근무하는 6년 차 간호사 조모 씨는 신규간호사 시절, 교육을 위해 수당 없이 오버타임을 감수했다. 출퇴근 전후로 30분에서 길게는 두 시간까지 감내야 해야 했다. 그러나 경력이 쌓인 후에도 복지와 급여가 마땅치 않았다. 조 씨는 수도권과 비교해 낮은 임금과 처우에 1년마다 병원을 그만두고, 이직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지역 편중으로 인한 인력 부족이 기본적인 업무 체계 유지도 어렵게 하는 실정이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직한 간호사 정모 씨는 수도권은 간호사와 보조인력이 하는 일이 구별돼 있으나 지방은 체계가 없어 간호사가 보조인력을 하는건지, 간호사 업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업무에 있어는 구분이 명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현 교수는 지방에 대해 특히 배치기준 강화, 즉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간호대학 정원 증원으로 이미 공급은 꾸준히 해온 셈이라며 이직·사직·유휴 등으로 임상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반 정도이기 때문에 채용을 늘려 간호사들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 역시 인력배치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인력배치를 현실 기준에 맞춰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연장, 야간, 휴일 근무, 콜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활동하는 3교대 간호사들이 임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고 급여를 책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간호사 수를 늘려도 해결되지 않은 인력 부족 문제, 현장의 간호사들은 공급이 아닌 환경의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간호사 단체인 젊은간호사회대한민국 언론이 비춘 간호사의 모습은 여전히 희생과 봉사 정신이고, 정부 역시 전국의 수많은 간호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실질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우리도 병원에서 근로하는 근로자일 뿐이라며 기존의 프레임 속에 더는 가두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성혜 기자 seaurchin@

인포그래픽임승하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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