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올해 입시··· 타들어 가는 고3 마음
변수 많은 올해 입시··· 타들어 가는 고3 마음
  • 이승은 기자
  • 승인 2020.08.2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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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험생 23인 인터뷰

온라인 개학으로 학기 초 어수선

밀린 일정에 수시 준비 촉박

중하위권 성적 격차 벌어져

면접·실기 방식 달라져 혼란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일단 멈춤으로 돌아섰다. 직진이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게 있다. 3 수험생들의 입시다. ‘D-94’,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당초 계획에서 2주 연기된 123일에 치러진다.

  예비 21학번 수험생의 1년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개학이 미뤄지고, 담당 선생님의 수업이 아닌 ebsi 인터넷 강의를 듣고 진도를 나가야 했다. 수능성적이 미리 점쳐진다는 3월 모의고사는 취소됐고, 4월 모의고사도 집에서 응시했다. 치열한 입시경쟁에 대회, 봉사활동,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도 빠짐없이 챙겨야 하지만, 단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그마저도 어려웠다.

  26일부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수도권 초··고교는 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돌아갔지만, 3은 제외다. 3 학생들은 520일부터 순차적으로 대면 등교를 진행했고, 해당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대면 등교가 입시 준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격수업을 진행한 3, 4월 당시 고3 학생들은 ebsi 강의나 교사가 자체 제작한 동영상 강의를 보며 수업을 진행했다. 5월 이후 대면 수업을 진행했지만, 발표나 토론은 일절 하지 못했다. 강의식 위주의 수업이 주로 진행됐으나,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의견조차 나눌 수 없었다.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점심시간도, 칸막이를 두거나 대각선으로 띄어 앉아 식사를 해야 했다. 급식실 내 인원 밀집을 막기 위해 학급별, 학년별로 점심시간을 나눠서 식사시간 자체도 짧아졌다.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자면, 쉬는 시간에도 최대한 자기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자제해야 했다. 조예린(·19) 양은 밥을 먹을 때 빨리 먹고 나가야 해서 급박했다며 친구와 얘기하기도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1. ebsi 수업, 내신범위 되다

  3학년 1학기까지의 지필고사 성적이 수시전형에 필요한 내신에 반영되는 만큼, 학기 초 수업은 고3 학생들에게 중요하다. 대면등교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밀린 시험과 과제가 닥쳐왔다. 문제는 시험 범위였다. 1학기 절반 가까운 시간을 원격수업으로 진행한 상태였다. 교사가 자체제작한 영상은 문제가 없지만, ebsi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김보영(·19) 양은 내신의 경우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강조하신 부분에서 시험이 나오고, 수능보다 지엽적인 문제가 나온다그러나 올해 초에 대부분 ebsi 강의로 대체되다 보니 당최 내신 시험을 어떻게 준비할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몇몇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한 범위를 대면으로 다시 수업하거나, 온라인으로 배운 내용을 중간고사 범위에 포함하지 않기도 했다. 학기 초 학습 손실로 인해 중간고사에서 변별을 가릴 수 없게 되자, 기말고사 난이도를 대폭 높인 학교도 있다. 권성민(·19) 양은 “3학년 1학기 중간고사까지의 성적을 바탕으로 수시 원서에 쓸 대학을 정했는데, 갑자기 어려워진 기말고사로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2. 생기부 채우느라 바쁜데, 비대면 원칙에 비교과도 줄어

  고3 1학기는 각종 대회, 동아리, 봉사활동 등으로 비교과 활동을 채울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비교과 활동을 수행하기도 어려워졌다. 기본적으로 비교과를 준비할 절대적인 시간이 줄었다. 본래 같으면 3월부터 열렸을 교내 대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또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하기 전에 몰렸다.

  밀린 대회 일정을 학교들이 급하게 진행하면서, 하루에 많게는 세 개의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2학기로 미뤄지거나 아예 대회들이 취소된 학교도 있다. 조예린 양은 “3학년 1학기에 제대로 진행된 대회가 5개가 채 안된다“2학기로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된 대회가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동아리와 봉사활동도 비대면 활동으로 제한됐다. 동아리는 보고서 작성과 같은 개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화상 어플을 사용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봉사활동은 온라인 또는 학교에서 주는 봉사 시간으로 대신해야 했지만 온라인 활동마저도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취소되기도 했다.

  예년과 같은 방학이었다면, 학생들은 생활기록부 정리를 마무리 짓고, 자기소개서나 수능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하지만, 8월 말에도 학생들은 생기부 정리에 한창이었다. 권성민 양은 기말고사가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기부에 집중하고 있다수능 최저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신예린(·19) 양은 보통 1학기가 5~6개월 정도인데 이번 고33개월간 그 모든 일을 압축적으로 수행해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3. “반수생 몰린다는데

  고3 성적 양극화도 커져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도 모의고사가 취소되는 가운데 수준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학기 초 모의고사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지만, 6월 모의평가를 치르기 전까진 자기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엄다현(·19) 양은 집에서 푼 4월 모의고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집에서 풀어서 긴장감이 없었고, 등급 컷도 신빙성이 없어서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시, 정시 중 어떤 전형에 집중할지 판단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수생, 반수생들이 수능 시험에 대거 유입된다는 전망도 고3 학생들에겐 공포였다. 19살 김모 군은 선생님들이 재수생 수가 작년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고 올해는 특히나 재수생이 현역 고3보다 유리하다고 말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수능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재택 수업이 진행된 만큼, 시간을 십분 활용해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제시간에 출석 점검을 하지 않다 보니, 일부 정시생들은 강의를 틀어놓고 개인 공부를 하거나, 자신이 필요한 강의만 골라보면서 수업과 별도로 자신만의 공부 패턴을 만들기도 했다. 권승재(·19) 군은 시간을 맞춰서 강의를 듣지 않아도 되니, 아침과 오후 시간에 내가 부족한 부분의 수능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이 없는 환경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어색한 학생들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온라인 개학에 고3이 시작됐다는 긴장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등교를 하지 않으니 기상 시간이 계속 늦어져 생활습관이 무너진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공부하는 학생은 성적이 오르고, 안 하는 학생은 성적이 대폭 하락하는 양극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박보경(·19)양은 “5월에 개학하고 나서도 공부를 안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상위권은 성적이 올랐는데 중·하위권 친구들은 오히려 점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2021학년도 6월 모의고사에서 국어·수학·영어 영역의 90점 이상의 상위권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40점 미만의 하위권은 약 3.7%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4. 방식 변경, 대회 취소에 예체능 입시도 난항

  코로나는 예체능 계열을 준비하는 고3 학생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예체능 계열은 직접 고사장에 가서 시험을 치르는 실기 전형의 비율이 적게는 60%, 많게는 90%까지 차지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응시 방법이 변경돼 학생들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상현(·19) 군이 지원한 한 연극영화과 전형은 이번에 대면이 아닌 연기 동영상 제출로 방식이 바뀌었다.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잡음 절대 불가, 조명에도 제약이 있는 등 영상 요건이 까다롭게 설정됐다. 김 군은 학원에서 도와줘서 다행히 잘 마무리했지만 혼자서는 절대 이런 요건을 다 체크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항공과 입시를 준비하는 임예지(·19) 양 또한 마스크를 쓰고 면접을 봐야할지 모른다. 임예지 양은 치아 보이는 미소를 많이 연습했는데 면접장에서 보여주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마스크를 쓰다 보니 발음이 뭉개지기도 해 힘들다고 말했다.

제이플러스 승무원학원에서 항공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체육 입시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특기자 전형의 경우, 대회 실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회의 상당수가 취소된 상황이다. 6월부터 육상을 비롯한 몇 개 종목 대회가 간간히 열렸지만 그 외 종목은 아직도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없다. 육상종목을 준비한 김아현(·19) 양은 “2학년 겨울 방학에 훈련을 받으며 올해에는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는데 학기 초부터 대회가 미뤄져 결국 특기자 전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 국면에 들어서자 이미 한차례 연기된 수능이 다시 연기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크다. 배윤하(·19) 양은 친구들끼리 이러다가 올해 수능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더라도, 꿈꾸던 대학생활은 못 할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도 수험생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 요인이다. 오유진(·19) 양은 대학에 가서도 온라인 강의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아쉽다수능이 끝난 후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공부할 때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허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다면 집에서, 오프라인 입시 설명회가 없다면 온라인 학과 설명회를 들으며 고3은 각자 저마다의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왜 하필 내가 고3일 때 이런 일이 생겼나 원망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이것 또한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여느 고3들처럼 묵묵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준서(·19) 군이 말했다.

 

이승은 기자 likeme@

인포그래픽은지현 기자 silvercoin@

사진제공제이플러스 승무원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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