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대생과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하여
[기고] 의대생과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하여
  • 고대신문
  • 승인 2020.08.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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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의과대 교우회 회장
김숙희 의과대 교우회 회장

 

  긴 장마에 지친 심신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두 우울하고 흉흉한 하루하루를 지내시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전 지역의 의사들이 파업 소식까지, 여러분들 모두 불안한 마음과 의사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까지 느끼실 것입니다. 의대생들도 의사면허시험을 거부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의사이며 고려의대 교우회 회장으로 우리 후배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가슴도 먹먹하고 선배로서 책임감도 느끼는 바입니다.

  정부는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 해소와 지역 의사 등 특수 분야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공공 의과대학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증원된 의사들을 지역 등에 10년간 묶어 놓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과 의사들의 대도시 집중에 의한 불균형과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상태입니다. 서울의 대형병원의 60% 이상이 지방 환자들입니다. 지역에 의사들을 강제로 묶어놓는다고 환자들의 이동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10년 의무 기간이 끝나면 의사들은 다시 도시로 집중될 것입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데 아픈데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해 기다리는 환자가 있었나요?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입니다. 의사 수가 많다는 OECD 국가들보다 주요 질병 치유율과 기대수명이 모두 최상위를 기록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최고의 방역과 치료대응을 보여준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인구당 의사 수가 많은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이나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의료제도 국가들의 이번 코로나19 감염 상태와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공공의료 정책은 의사 수 증원이 아니라 첨단 의료시설과 유능한 의료인을 유치할 수 있는 공공병원의 설립입니다. 보건소 근무 의사는 2년마다 재임용을 하고 있을 정도로 대우가 열악합니다. 지방 환자들이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 인프라의 국가 지원,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철저히 해서 환자 쏠림현상을 없애야 합니다.

  증가한 의사 수는 국민 총 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고, 필수 의료가 아닌 한방 첩약까지 건강보험에서 지출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 자랑하는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자는 현재 진행 중인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으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공공의사 양성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도 국민이 부담해야 하고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보험료 납부 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우리가 서남의대 사태를 본 것처럼 정치적 지역 안배의 공공 의대 신설은 부실한 교육과 수련 과정으로 인해 대한민국 의학과 의료수준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의 많은 부분이 AI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고 원격모니터링 등이 상용화되면 오히려 의사 수를 감축해야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시설 좋은 병원에서 교육을 잘받은 우수하고 유능한 의사들의 진료를 받고 싶어 합니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의과대학생 입시와 선발은 특혜가없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민단체 추천의 공공 의대 입학 허가는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졸업반 학생들이 의사국시를 거부하고, 의사면허를 정지시키겠다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파업의 선두에 선 것은 미래가 너무 암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쟁에 임하면서도 얼마나 힘들고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을지 조금은 이해하는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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