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위험하다. 28일 00시 기준, 성북구는 25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자치구가 됐다. 56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수도권 대유행의 진원으로 지목되며 인근에 위치한 고려대에까지 타격을 가하고 있다. 고려대로선 교수·직원·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면서, 공간적인 방역도 책임져야 한다.
  다만, 고려대는 코로나19를 더욱 가혹하게 견디는 듯하다. 코로나 시대의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은 ‘거리두기’가 고려대 문화에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성원의 결속을 동력 삼아 대학과 공동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문화를 유지해온 것은 고대인의 자부심이었다. 고대의 ‘끈끈한 정‘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6년만의 고연전 취소는 코로나 시대를 당면한 고려대의 상징적 사건이다. 매년가을 도처 운동장에 드리워진 붉은 물결은 고려대 문화 그 자체였다. 불가피하게 고연전 취소를 결정한 양교의 심정도 뼈아프겠지만, 그간 고연전이 맡아온 역할을 대체할 방안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총장이 직접 학생 대표들을 초정해, 고연전을 대체하고 보완할 아이디어를 묻기도 했을 정도로, 학교 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구성원 간 거리는 모니터 사이의 간격만큼 벌어졌다. 예기치 못한 수많은 상황에 맞서, 일상을 영위하고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허나,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 거리를 동반한다. 서로를 바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심정이 가시 돋친 언행과 태도로 귀착되며 상처를 낳은 경우도 많았다. 다시 학교로 모인다 한들, 전과 같은 유대감이 교내에 자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응원석에 선 학생들처럼 정연하게 열을 맞출 순 없어도, 본교에는 여전히 서로를 위한 응원이 필요하다. 선수만이 아닌, 모니터 앞에서 외롭게 이겨내는 구성원 모두에게. 건물 폐쇄, 비대면 수업, 행사 취소만이 고려대의 코로나19 대응책일 수 없다. 저돌적인 상상력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아우르도록 고대인의 지혜가 모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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