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문과대 교수·심리학과

  <버킷리스트>라는 영화에는 멋진 이집트 신화가 등장한다. 사람이 죽어서 천국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신은 그 사람의 삶을 심판하기 위해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는가?”이다.

  바야흐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인생의 기쁨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찾으며 동시에 그러한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언제, 그리고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쁨(joy)’이라는 독특한 감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삶에서는 쾌감이나 만족감보다는 기쁨이 심리적으로 더 성숙한 감정이다. 왜냐하면, 쾌감이나 만족감은 고통을 배척하는 반면, 기쁨은 고통까지도 기꺼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아픔을 끌어안을 줄 모르는 동시에 타인의 고통도 외면하는 것이다.

  행복의 본질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기쁨에 있다. 바로 그렇기에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쾌락의 강도만족감의 빈도가 아니라, ‘기쁨을 경험하는 깊이.

  행복한 삶의 자양분은 기쁨, 희망, 믿음, 사랑, 감사, 연민, 용서, 그리고 경외감과 같은 최상위의 긍정감정들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바로 포유류의 핵심감정들에 해당된다.

  이것은 포유류의 특징인 출산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는 그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 산모의 마음속은 그 어떤 때보다 기쁨, 희망, 믿음, 사랑, 감사, 연민, 용서, 그리고 경외감의 긍정감정으로 충만하게 된다. 인류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데 기여해온 이러한 긍정감정들은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산모에게 사랑과 감사의 감정이 반영된 영상물을 보여주면, 모유 분비와 수유 행동이 증가한다. 이러한 반응들은 사랑의 호르몬으로써 출산을 돕는 옥시토신(oxytocin)의 분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조적으로 산모에게 웃음을 유발하거나 중립적인 영상물을 보여주면,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행복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감정들, 즉 포유류의 핵심감정들은 오직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심장의 언어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재미와 안락함 등 다양한 긍정감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미와 안락함과 같은 감정들은 사랑과 믿음 같은 최상위의 긍정감정들만큼 행복에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심리학적인 지혜 중 하나는 사회적인 거리두기심리적인 거리두기를 구분하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함께 있더라도 프로이트 (Sigmund Freud)가 말한 낯선 친숙함을 경험하게 된다. 친숙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집처럼 편안하게 친숙한 것낯설고 불편하게 친숙한(uncanny) 이다. 낯선 친숙함은 마치 관계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행복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심리적으로는 가까이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화를 비롯해 각종 SNS 등을 지혜롭게 활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용건이 있을 때만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용건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통화하는 사람.’ 물론 최상위의 긍정감정을 아는 사람은 바로 후자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마음의 치유 혹은 힐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활하면서 최상위의 긍정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모두 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 홀로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감정들은 오직 관계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포유류에게는 이러한 감정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들이 된다. 그렇다면, 무엇에 좋은 선물일까? 물론, ‘행복에 좋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물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가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