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너질 거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같은 이야기가 소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나왔지만 이번에는 정말일 것 같다. “요즘 젊은 애들이 아이를 덜 낳아서”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괜찮은 꽤 훌륭한 세상이 도래해서”도 아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 나 19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대학은 변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며, 올해 초만 하더라도 불만을 토로하던 학생과 교수들은 어느새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에 익숙해져 버렸다. 누가 봐도 어설펐던 라이브 영상들과 교수의 ‘수공업’ 편집 강의는 몇 년 안에 곧 전문 업체의 고퀄리티 편집 영상으로 대체될 것이며, 안 그래도 재정난에 허덕이던 지방의 대학들은 ‘명문대학 교원이 참여한 강의 영상을 우리 대학에서 만나볼 수 있다’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려 할 터다.

  균열의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대학의 꽤 쏠쏠한 재원이었던 최고위 과정과 재직자 대상의 오프라인 단기 프로그램은 이미 수익이 반 토막 난 지 오래고, 우리가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소위 ‘인서울 상위권 대학’ 중 여러 곳이 올해 초 매물로 나왔다 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사정은 해외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으로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가 올해 중순 “코로나19로 예산이 부족하다”며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기 전인 올해 초, 10년 내로 전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의 예측이 섣부른 공언이 아닌 예언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심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고려대인데…….’ ‘10년 넘게 노력해서 들어 온 SKY인데 쉽게 무너지겠어?’ ‘적어도 나 취업할 때까진 괜찮을 거야. 아니, 회사 들어가서도 오랫동안 괜찮을지도 몰라. 우리 부모님 세대에도, 그 이전 세대도 그랬는걸.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기득권 이 사건 한두 번 가지고 사라질 리 없잖아?’

  구조의 변화, 계층의 이동, 혁신의 확산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코로나라는 그럴듯한 ‘핑계’가 기술, 경제, 인식의 장벽을 모두 허문 지금이 그때인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그 한가운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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