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New Normal)이 찾아왔음을 실감한다. 이제 모두가 자연스럽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재택근무에 적응하는 중이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우리의 관계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상사와 직원의 관계, 동아리 회장과 부원의 관계,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교수와 학생의 관계까지, 미묘한 변화가 스며든다.

  기존의 관계는 어땠을까? ‘강의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려보자. 한 뼘 정도의 높이가 되는 강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교수님이 있다. 그 한 뼘 아래, 학생들은 띄엄띄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교수의 이야기를 녹음하거나, 필기하거나, 듣는 모습이다. 기존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공간의 높낮이에서 느껴졌던 차이가 있다. 교수자는 모든 학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이에서 강의한다. 이는 포괄적 시선이자 포괄적 권력이다. 강단 위에 섬으로써 강의실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권위가 부여된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기둥 뒷자리를 기어코 차지하려는 이유 역시 이런 시선과 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함일 것이며, 이 심리는 강의실이라는 공간 내에서 교수의 권위를 입증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 속에서는 어떤가? 모두가 하나의 평면에 표시되고, 학생들은 언제든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강의실이라는 공간 속의 권위가 붕괴되는 순간이다.

  둘째로는 강의의 기조가 교육에서 학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고, 섣불리 만날 수도 없는 환경이다. 즉석에서 질문하는 것의 어려움이 더해지다 보니, ‘교수가 더 이상 지속해서 소통하는 선생님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가르치고 배운다는 뜻을 동등하게 포괄하는 교육에서, ‘배움의 의미가 더 강조된 학습으로 소통의 경향이 바뀐다. 이와 동시에 교육에서 중시되었던 교수의 역할은 축소를 겪고 있다.

  언택트 수업의 몸집이 커질수록 그 그림자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서 권위의 축소는 필연적인 일일지 모르나, 그 경향이 인격의 축소로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 요즘 수업에서 그런 경향의 피해를 겪은 많은 교수님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비대면 세상은 익명의 세상이라는 착각, 비대면으로 맺은 관계는 존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착각들은 앞으로 발달할 사회의 격식을 떨어트린다. 그림자 밖으로 벗어나, 배려가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각자의 신중함은 오늘의 과도기를 풀어놓을 열쇠가 될 것이다.

곽선진(생명대 식자경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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