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의 민가 피해 증가

국립공원에선 유해동물 퇴치 못 해

지역주민 보상책 강구해야

공존 자체가 혜택이 되도록

반달가슴곰이 양봉 농가에 피해를 입히고 간 모습.
반달가슴곰이 양봉 농가에 피해를 입히고 간 모습.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급 동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 종복원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이 러시아, 중국, 북한 등지에서 반달가슴곰을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한지도 16년이 됐다.

  이제는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어나 지리산 인근 민가와 농작물에 손해를 입히는 상황이다. 2019 국립공원연구원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피해는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모두 1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반달가슴곰은 2020622일 충북 영동군 화신2리 양봉 농가에 내려와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 치우고 달아났다. 2019년에는 반달가슴곰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의 가옥에 침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당시 주인이 집을 비워 인명피해는 없었다. 박서진 부운리 이장은 와장창 소리가 나서 곰이 이웃집을 휘젓는 걸 알았지만, 눈으로 보면서 도망갈 수도 쫓아낼 수도 없었다옛날 가옥은 약한 자재를 사용해 곰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 수가 늘어나고 서식지가 확대되며 인간과의 접촉 가능성이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센터장=이사현)에 따르면 20209월 현재 자연에서 활동하는 개체는 총 70마리다. 201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정한 지리산국립공원의 적정수용력 78마리에 근접한 상황이다.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국립공원 외부에도 최소 4개체가 활동 중이다. 장수(1마리), 덕유산(2마리), 수도산과 가야산(1마리)에서 개체가 확인됐다. 20186월에는 섬진강을 건너 광양 백운산에서 활동하던 개체가 올무에 걸려 폐사하기도 했다.

 

유해동물에 의한 피해 꾸준해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으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배상한다. 2005년부터 피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최근엔 피해 범위와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료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배상액이 보험료를 초과하면서 2019년 보험료는 전년 2346만 원에서 6686만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외에 멧돼지, 고라니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별도의 배상을 받기 어렵다. 소규모로 빈번히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장석윤 이장은 멧돼지나 고라니가 자기 먹을 만큼만 농작물을 파먹는데 그걸 매번 배상받는 건 불가능하다그냥 농사를 안 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사냥 등의 자구책도 마련하기 힘들다.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부에는 올무 등의 사냥 도구를 설치할 수 없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다. 구례군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의 김황우 소장은 신고가 들어온 농가에는 출동하지만, 국립공원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석윤 이장은 국립공원 인근 농지에도 멧돼지나 고라니가 많아 농사를 못 짓는다동물을 추적하다 잘못해서 공원 내로 들어가 사냥하면 불법이기에 포수들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내부에 있는 존치 마을의 피해는 더욱 크다. 박서진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야생동물이 가끔 출몰하는 것이 아니라 현관문 앞에서 키우는 개를 물어 죽인다공단에서는 멧돼지 수를 줄이기 위해 곰을 방사했다고 하지만 곰은 꿀이랑 과수를 먹어 똑같이 피해를 일으킬 뿐이다고 말했다.

  거듭 이어지는 농작물 피해에 농민들은 범법을 감수하고 올무나 덫 같은 엽구를 설치하기도 한다. 2019년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 서식지 안정화를 위해 지리산에서 총 69개의 불법 엽구를 수거했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의 윤주옥 이사는 최근에도 새로운 엽구가 계속 설치되고 있다“824일에도 불법 엽구 39개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농민의 생계가 걸려있어 지자체도 불법 엽구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윤주옥 이사는 올무를 설치하는 게 불법이지만 농민이 재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 할 말이 없다지자체에서도 앞으로 올무 설치를 삼가 달라며 계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완벽하게 피해배상이 되더라도 자신이 아껴 키운 결과물이 한순간에 망가지는 건 농민에게 가슴 아픈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양봉지와 산간가옥을 대상으로 매년 80~110개의 전기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또 반달가슴곰에 발신기를 부착해 행동권을 분석하고, 위치를 추적해 인간과의 충돌을 막고 있다. 남부보전센터는 외국에서는 연구를 위해서 특정 개체에만 발신기를 부착하지만, 지역주민 안전을 위해 최대한 많은 개체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반달가슴곰의 개체 수와 서식지가 늘어나며 개체 추적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장이권(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한 마리씩 추적하는 방식은 지금도 불가능하고. 앞으로 숫자가 늘어나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배제선 팀장은 지리산에서 개체가 멀어질수록 추적이 어려워지지만, 그렇다고 지리산국립공원을 커다란 동물원으로 만들어 반달가슴곰 이동에 제약을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존이 주는 편익, 주민에게 가야

  일각에서는 피해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복원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제선 팀장은 피해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법 중 하나로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주목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란 정부나 지자체가 생태계서비스의 보전과 증진에 기여하는 지역주민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생태계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의 세금을 받는 정부와 지자체가 생태계서비스 공급자인 지역주민에게 비용을 지불한다는 개념이다.

  우포늪 인근에서 벼를 기른 뒤 수확하지 않아 철새에게 먹이 공간을 제공하는 농민에게 지자체가 보상을 해주고, 철새 탐방지를 조성해 지자체가 생태계서비스를 누리는 것이 그 예다.

  배제선 팀장은 사고가 났을 때만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곰을 보호하며 그곳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에 의한 편익을 꼼꼼히 측정하고 그것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서 올바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민서·최낙준 기자 press@

인포그래픽은지현 기자 silvercoin@

사진 제공국립공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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