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이렇게 말했다. “경험이란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에 침투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나가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캠퍼스에 피던 활기를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전례 없는 전국적 감염병 사태는 당연한 듯 흘러가던 생활을 뒤흔들었고,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누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지금, 수많은 관계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선후배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새내기의 눈은 어두컴컴해지고, 메신저 채팅방에 마주 앉아 기약 없는 기대를 전할 수밖에 없는 재학생의 마음에는 답답함이 차올랐다. 신입생이 선배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 적응하고, 시간이 흘러 선배로서 후배를 챙기던 문화의 연속성이 끊어진 것이다. 벌써 2학기가 시작되었지만, 경험의 여부가 낳은 괴리는 얼굴도 보기 힘든 선후배 간 대화의 창을 닫고 있다.

  관계의 불연속성은 비단 신입생과 재학생 사이뿐 아니라 재학생 간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함께 강의실을 다니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고민을 나누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격리하며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을 헤매게 되었다. 먼저 배운 이들(先輩)이 남기고 간 것을 그 뒤에 따라가는 이들(後輩)이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라는 말이 있다. 동질의 경험을 쌓아가던 선후배의 연결고리는 몇 마디 말로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이를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이 관계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단절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뉴노멀(New Normal)로 재정의된 코로나 19시대는 새로운 경험과 달라진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끊어진 경험의 다리 앞에서 아쉬워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며 새로운 선후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학생회의 존재와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 선후배 관계의 시작점을 원활하게 이끌었던 학생사회의 주도적인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라도 이루어진다면, 선후배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험으로부터 말미암은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지금, 공통적인 경험보다는 서로에 대해 새로운 점을 알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완전히 달라진 대학 생활의 패턴을 익힌 재학생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미래의 후배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 역시 요구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또 과연 그것이 완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 혼란이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선배들은 한층 더 성숙하게 후배를 이끌고, 후배들은 열심히 배워나가며 선후배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나가는 경험으로 말이다.

 

김재완(국제학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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